
쌀독의 비밀
- 밥통에 전해진 화섬노조 사회연대기금
쌀독을 열 때마다 바닥이 보이는데, 번번이 따끈한 밥을 지어낼 수 있는 비밀은 무엇인가? 바닥을 드러낸 쌀독은 밥 짓는 이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이번 참은 바닥을 박박 긁어 한 끼 마련한다 해도 다음 밥은 또 어찌해야 하나, 마음이 복잡해진다. 6·70년대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이 상황이 밥통에서는 흔한 일이다. 거리에서 투쟁하는 동지들에게 차려줄 밥상을 준비하려면 장을 봐야 하는데, 아뿔싸 잔고가 부족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동지들과 나눌 밥상의 맛과 영양, 그 어느 것도 소홀할 수는 없는 일, 부엌지기는 밥통 운영 전반을 함께 고민하는 이사단톡방에 문자를 올린다. 그러면 누군가는 또 슬쩍 입금을 하고, 이렇게 고비를 넘기고 나면 때가 되어 그 귀한 정기후원금이 들어오고 다시 밥차는 신나게 시동을 건다. 거리에서 싸우는 동지들 밥 때에 맞춰 밥을 해내야 한다.
이런 차에 ‘사회연대기금’이라는 동지들의 지원금은 밥차가 출동하는 데 밥이 되고 반찬이 되고 충전할 전기가 된다. 몇몇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이하 화섬노조)에서 전해준 ‘사회연대기금’ 역시 쌀독을 든든하게 채워주어 밥통 활동가들은 한시름 놓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0월 15일 화섬노조 대회의실에서 열린 ‘화섬식품노조 2025 사회연대기금 공동전달식’에서 신환섭 위원장은 이 기금이 ‘노조원들의 조합비’에서 마련된 것임을 강조했다.


지난 10월 15일 화섬노조 대회의실에서 ‘화섬식품노조 2025 사회연대기금 공동전달식’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밥통은 사회연대기금을 전달받았다.
화섬노조는 2022년에 ‘사회연대위원회(위원장 임영국)’를 출범하여 조합비의 1%를 기금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2022년 11월 30일 첫 회의를 열어 기금 운영 방안 등을 논의한 끝에 기금을 지원할 4대 영역(비정규노동자, 이주노동자, 사각지대노동자, 사회 취약계층)을 확정했다. 임영국 위원장의 전언에 의하면, 화섬노조가 연대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실현하고자 결의한 데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고 한다.
“2022년 파리바게트 투쟁 때 ‘공동행동’이 만들어졌어요. 임종린 파리바게뜨 지회장이 53일 동안 단식을 했고, 14개 지역 600여 개의 단체가 연대해 주었어요. 투쟁 5개월여 만에 노사 합의를 이끌어냈어요. 이게 다 연대의 힘이지요. 그러니 우리도 이 연대의 힘을 이어 나가야겠다고 생각한 거지요.”
대화의 말미에, 꼭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는 말에 임영국 위원장은 두 가지를 힘주어 말했다. 첫째는 ‘연대를 통해서 강해지는 노동조합’이라는 모토를 추구하며 활동하겠다는 말이었고, 둘째는 화섬노조 서울봉제인지회의 연대 활동에 관한 것이었다.
“이분들은 거의 최저임금 수준에서 일을 하고 계시거든요. 사업장도 그 규모가 5인 미만이 태반이고 그러다 보니까 일요일 빼고는 토요일까지도 거의 근무를 일을 해야 되는 그런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이 스스로 연대를 해야 되겠다라는 생각으로 재능 기부를 하고 있어요.”
2024년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모범조직상을 수상한 서울봉제인지회에는 ‘지음’이라는 봉사동아리가 있는데, 이들 조합원들은 재능기부를 통해 연대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자투리 천을 모아 팔토시를 제작해 나누기도 하고, 이주 가정에 아기 턱받이와 반찬 나눔 도시락 가방, 목도리 등을 전달하는가 하면, 2022년부터 네팔 뻘벗학교에 교복과 체육복을 직접 만들어 전달했다.

네팔 뻘벗학교에 보낼 교복과 체육복을 만드는 화섬노조 서울봉제인지회 조합원들
연대는 연대를 낳고, 그 연결 과정에서 투쟁의 힘은 증폭된다. 지난 2024년 20주년을 맞은 화섬노조는 기념대회와 함께 일종의 투쟁 기록집 『우리 같이 노조해요』를 발간했다. 올해로 화섬노조 사회연대위원회는 3회째 기금지원 사업을 진행했고,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기금을 운용하며 연대의 힘을 보태갈지는 계속 고민중이라고 한다.
다시 쌀독 이야기로 돌아간다. 쌀독을 열 때마다 바닥이 보이는데, 번번이 따끈한 밥을 지어낼 수 있는 이유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밥통의 노란 밥차가 투쟁 현장에 출동해 밥을 나누고, 이 밥의 의미를 생각하는 개인과 단체가 밥통을 후원하고 지원한다. ‘연대’는 투쟁의 힘을 키우고 ‘소통’은 유연하게 서로를 감싼다. 밥통의 밥차에는 이 두 가지가 다 실려 있다.
참고문헌: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2024, 『우리 같이 노조해요』, 오월의봄 .
글. 한광주
자기 먹을 밥보다 ‘연대’하는 밥하기를 더 좋아하는 밥통 활동가.
밥통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밥통 이사와 웹진 『밥통』 편집장을 맡고 있다.
쌀독의 비밀
- 밥통에 전해진 화섬노조 사회연대기금
쌀독을 열 때마다 바닥이 보이는데, 번번이 따끈한 밥을 지어낼 수 있는 비밀은 무엇인가? 바닥을 드러낸 쌀독은 밥 짓는 이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이번 참은 바닥을 박박 긁어 한 끼 마련한다 해도 다음 밥은 또 어찌해야 하나, 마음이 복잡해진다. 6·70년대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이 상황이 밥통에서는 흔한 일이다. 거리에서 투쟁하는 동지들에게 차려줄 밥상을 준비하려면 장을 봐야 하는데, 아뿔싸 잔고가 부족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동지들과 나눌 밥상의 맛과 영양, 그 어느 것도 소홀할 수는 없는 일, 부엌지기는 밥통 운영 전반을 함께 고민하는 이사단톡방에 문자를 올린다. 그러면 누군가는 또 슬쩍 입금을 하고, 이렇게 고비를 넘기고 나면 때가 되어 그 귀한 정기후원금이 들어오고 다시 밥차는 신나게 시동을 건다. 거리에서 싸우는 동지들 밥 때에 맞춰 밥을 해내야 한다.
이런 차에 ‘사회연대기금’이라는 동지들의 지원금은 밥차가 출동하는 데 밥이 되고 반찬이 되고 충전할 전기가 된다. 몇몇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이하 화섬노조)에서 전해준 ‘사회연대기금’ 역시 쌀독을 든든하게 채워주어 밥통 활동가들은 한시름 놓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0월 15일 화섬노조 대회의실에서 열린 ‘화섬식품노조 2025 사회연대기금 공동전달식’에서 신환섭 위원장은 이 기금이 ‘노조원들의 조합비’에서 마련된 것임을 강조했다.
지난 10월 15일 화섬노조 대회의실에서 ‘화섬식품노조 2025 사회연대기금 공동전달식’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밥통은 사회연대기금을 전달받았다.
화섬노조는 2022년에 ‘사회연대위원회(위원장 임영국)’를 출범하여 조합비의 1%를 기금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2022년 11월 30일 첫 회의를 열어 기금 운영 방안 등을 논의한 끝에 기금을 지원할 4대 영역(비정규노동자, 이주노동자, 사각지대노동자, 사회 취약계층)을 확정했다. 임영국 위원장의 전언에 의하면, 화섬노조가 연대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실현하고자 결의한 데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고 한다.
대화의 말미에, 꼭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는 말에 임영국 위원장은 두 가지를 힘주어 말했다. 첫째는 ‘연대를 통해서 강해지는 노동조합’이라는 모토를 추구하며 활동하겠다는 말이었고, 둘째는 화섬노조 서울봉제인지회의 연대 활동에 관한 것이었다.
2024년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모범조직상을 수상한 서울봉제인지회에는 ‘지음’이라는 봉사동아리가 있는데, 이들 조합원들은 재능기부를 통해 연대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자투리 천을 모아 팔토시를 제작해 나누기도 하고, 이주 가정에 아기 턱받이와 반찬 나눔 도시락 가방, 목도리 등을 전달하는가 하면, 2022년부터 네팔 뻘벗학교에 교복과 체육복을 직접 만들어 전달했다.
네팔 뻘벗학교에 보낼 교복과 체육복을 만드는 화섬노조 서울봉제인지회 조합원들
연대는 연대를 낳고, 그 연결 과정에서 투쟁의 힘은 증폭된다. 지난 2024년 20주년을 맞은 화섬노조는 기념대회와 함께 일종의 투쟁 기록집 『우리 같이 노조해요』를 발간했다. 올해로 화섬노조 사회연대위원회는 3회째 기금지원 사업을 진행했고,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기금을 운용하며 연대의 힘을 보태갈지는 계속 고민중이라고 한다.
다시 쌀독 이야기로 돌아간다. 쌀독을 열 때마다 바닥이 보이는데, 번번이 따끈한 밥을 지어낼 수 있는 이유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밥통의 노란 밥차가 투쟁 현장에 출동해 밥을 나누고, 이 밥의 의미를 생각하는 개인과 단체가 밥통을 후원하고 지원한다. ‘연대’는 투쟁의 힘을 키우고 ‘소통’은 유연하게 서로를 감싼다. 밥통의 밥차에는 이 두 가지가 다 실려 있다.
참고문헌: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2024, 『우리 같이 노조해요』, 오월의봄 .
글. 한광주
자기 먹을 밥보다 ‘연대’하는 밥하기를 더 좋아하는 밥통 활동가.
밥통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밥통 이사와 웹진 『밥통』 편집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