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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 | 90호밥통 칼럼 | 먹거리를 기르고 먹는 사람과 온실가스 감축 /김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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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를 기르고 먹는 사람과 온실가스 감축


한국 정부의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에 따르면 농업 부문의 배출량은 국내 총배출의 3%가 조금 못 된다. 남한 전 인구 중 농가 인구 비율이 3.4% 정도이니 배출량도 대략 비례해서 그럴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 수치에는 중요한 것들이 빠져있어서 큰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우선 이 3%는 경작지와 축사에서 직접 배출되는 온실가스만 포함한다. 밭과 논에서 씨를 뿌리고 작물을 키우고 거두는 과정에서 그리고 소의 위장과 분뇨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농축산업의 전 과정에서는 전기와 열도 사용하고 창고나 미곡처리장 같은 건물에서 쓰는 에너지도 있으며 경운기와 트랙터 같은 운송 수단에서도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이런 것들은 전부 간접배출이기 때문에 농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즉 농업에서 필요해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지만 발전, 건물, 수송 부문 등의 배출량으로 간주된다. 게다가 한국은 식량자급률이 50%가 못 되고 곡류는 21%에 불과하기 때문에, 우리(와 가축)의 먹거리를 위해 국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상당한 양일 테지만 이 역시 통계에서 제외된다. 

이것만이 아니다. 농축산물의 가공과 유통에서 사용되는 자원과 에너지의 양도 엄청나게 많아졌다. 배송을 위한 포장재와 수송에서 쓰는 에너지, 마트에 진열하는 에너지, 마트까지 승용차를 가져가며 쓰는 에너지 모두 대부분은 화석에너지와 핵에너지 발전에서 나온다. 세계 전체 통계를 보면, 총 온실가스 배출량 중 식품과 관련한 직간접 총배출의 26%다. 그리고 식품 폐기물까지 포함하면 34%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재료 중 30% 가까이는 우리의 식탁에까지 오지도 못하고 산지나 유통 과정에서 폐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중 1/3이 먹거리와 관련된 것이라는 얘기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이들이라면 지구를 구하기 위해 식음을 전폐해야 하는 것일까? 물론 그건 아니다. 온난화가 심각하기 전, 즉 겨우 몇십 년 전에 비해 우리(이것도 우리 모두는 아니다)는 너무 많은 육류, 특히 쇠고기와 유제품을 먹으면서 비만과 성인병을 걱정하고 제철에 나지 않는 채소와 과일을 소비하고 나라 바깥에서 먼 거리를 이동해 오는 식재료에 의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더 적은 육류를 소비하고 건강한 제철 먹거리를 재료로 충분히 영양있고 맛있는 식단을 꾸릴 수 있고 농업과 먹거리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도 당장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진실이다. 

결국 채식 위주 식단, 로컬푸드 이용, 도시텃밭 같은 해법들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선택지를 갖기는 쉽지 않다. 소비자가 아무리 먹거리 선택을 고민하더라도, 이미 동네 슈퍼와 마트에는 화석에너지로 키워지고 이동해 온 제품들로 가득하다. 텔레비전에는 온통 고기를 굽고 튀기는 먹방 프로그램이 가득하니 평범한 시민들이 다른 식생활을 추구하기조차 어려운 분위기가 팽배하다. 

다시 농업 그리고 농민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농림수산식품부의 입장은 농업 부문의 배출은 3%에 불과하니, 대기업이 첨단제품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기후변화로 여러 피해를 입는 농민들에게 이런저런 보조금을 나눠주는 것으로 끝이라는 게 대략적인 입장이다. 청와대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약속하고 각 부처에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강구하라고 하니 농림부는 또 낯익은 해법들을 들고나오고 있다. 디지털, 정밀 투입, 특화와 집적 같은 개념들이다. 최첨단의 기술을 적용하여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한국형 농산업으로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아이템은 ‘스마트팜’이다. 그러나 스마트팜이 정말 화석에너지를 덜 쓰는지, 투입물과 자재를 줄이는지, 그리고 한국의 농업 현장에서 얼마나 적용 가능할지는 매우 의문스럽다. 그럼에도 스마트팜이 정부의 농업 부문 기후변화 대책으로 꾸준히 등장하는 것은 ‘산업’, 즉 돈이 되고 이해관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바이오차(bio-char)’가 등장한다. 목질이나 음식물 쓰레기 등을 열을 가해서 숯 형태로 만들면 대기 중 탄소를 저장할 수 있고 이를 토양에 투입한다는 개념이고, 이미 제품들도 나와있다. 직접 퇴비를 만들어 쓰는 노고가 땅을 살리고 지구를 살린다고 믿어 왔던 유기농민들은 이제 바이오차를 이용하라는 정부의 권유에 어리둥절하다. 하지만 농림부의 공무원들도 한국의 농축산업에서 실제로 온실가스가 얼마나 배출되고 있고 어떤 방법들로 감축이 가능할지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더욱 큰 문제는 온실가스와 기후위기를 단지 숫자로만 접근하는 것이다. 기후위기가 격화되어도 먹거리를 길러내야 할 사람들이 있고 매일 매일의 밥상을 차리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스마트팜과 바이오차가 실험실 속에서 만들어내는 온실가스 감축과 작물 생산량의 수치만을 보아서는 이런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보이지 않는다. 사실 이런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단면적으로 보게 만든 체제가 기후위기의 이면이라는 것을 상기해 보면, 이 이윤 체제가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아이템들을 계속 내어놓는 이유도 이해가 간다. 

어떤 기술과 아이템으로 농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뚝딱 줄이기는 쉽지 않다. 정말 과거와는 다른 연구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누구의 위기이고 누구의 대안인가 하는 것이다. 이제는 먹거리와 지구를 소중히 여길 뿐 아니라 직접 먹거리를 기르고 도마를 다루는 사람들이 토론과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 자본과 정부 관료의 하던 방식 그대로의 해법에 브레이크를 거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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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소장)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에서 활동했고,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에서 탈핵과 에너지전환을 연구했다. 

쓴 책으로는 정의로운 전환󰡕이 있고, GDP의 정치학, 적을수록 풍요롭다(공역)를 번역했다. 

2021.08 | 밥통 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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