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2024.03 | 밥통 115호

22.03 | 91호밥알단 연대기 | 겨울바람을 이겨내는 따뜻한 연대 한 그릇 /이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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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람을 이겨내는 따뜻한 연대 한 그릇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서울로 온 대학생들에게 겨울은 참으로 모진 계절입니다. 수년째 겪어도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 북방의 겨울 앞에서는 저도 모르게 몸을 꽁꽁 싸매고 움츠러들게 됩니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도 추위에 질려서 빠르게 쌩쌩 지나가는 듯합니다. 길고 힘든 겨울을 따뜻한 연대로 채워 보자는 뜻에서 여러 학생 동지들과 노학연대 실천단에 함께 했습니다. 일상의 공간인 캠퍼스 밖으로 나가서 해고 사업장, 비정규직 사업장을 방문하고, 싸우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코로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업장인 아시아나케이오의 해고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정리해고가 처음 들이닥친 2020년에 한 번 농성장에 방문한 뒤로 처음으로 동지들을 뵙게 됐습니다. 법정에서 싸우고, 이기고, 회사가 다시 싸움을 걸고... 지난한 과정을 신문에서만 보면서 안타까워했습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가까운 거리에 농성장이 있는데 그동안 제 엉덩이가 너무 무거웠던 게 아닌지 반성도 됐습니다. 오늘 자리에 함께한 한 노동자는 이미 정년이 지났고 다른 한 분은 며칠 뒤 정년이 다가오는데 사측은 무시하기 전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2월 말일 자로 케이오지부 조합원 김하경 동지의 정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노동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아시아나, 이를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주는 문재인 정부. 코로나는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여덟 명의 정리해고는 여덟 가족의 생계를 한 순간에 저버리는 폭력입니다.

  

집회에서 국밥을 나눠주는 사람들은 누군지 궁금했는데 마침 급식에 함께 참여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밥과 국물, 반찬을 나눠주며 바라본 동지들의 얼굴은 또 새로웠습니다. 집회장 안에서 보았을 때는 굳센 눈빛으로 팔뚝질하던 사람들도 밥 먹는 시간에는 서로 웃으며 인사를 나눕니다. “다 이 밥 한술 뜨자고 하는 일이지.” 한 동지의 말씀처럼 따뜻한 밥을 넘기면서 우리들은 옆에 있는 동지들에게 서로의 온기가 됐습니다. 밥 한술 뜨면서 생활을 이어가듯 연대를 나누면서 힘든 싸움도 계속해나갈 힘을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국밥을 훌훌 넘기며 옆에 앉은 케이오지부 동지께 “이제 날이 많이 따뜻해졌죠?” 라고 했더니 “아침저녁으로 너무 추워요.”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어쩌면 저도 쌩쌩 지나가는 사람들처럼 추운 거리 밖으로 최대한 덜 나가려고 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밥통> 동지들과 ‘밥 한 술 뜨자고 하는’ 사람들을 앞으로도 다양한 현장에서 만나기를 고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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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태연

대학생활을 마무리하고 졸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디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노동운동에 최대한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만들어보려고 궁리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