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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 | 밥통 101호

2022.08 | 96호현장 돋보기 | 생활임금, 샤워실 설치가 무리한 요구인가? /손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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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임금, 샤워실 설치가 무리한 요구인가?

- 서울지역 대학사업장 청소경비노동자들의 투쟁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대학사업장 13개 분회(고려대, 고대안암병원, 덕성여대, 동덕여대, 서강대국제기숙사, 성신여대, 숙명여대, 연세데, 연세세브란스빌딩, 이화여대, 인덕대, 카이스트서울캠퍼스, 홍익대)가 2022년 집단교섭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2021년 11월부터 시작된 교섭이 2022년 2월 사측에서 어떠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결렬된 후 3월 중순부터 투쟁에 돌입했습니다. 7월 말 현재 8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투쟁중입니다.


서울지부 집단교섭은 2010년 고려대, 고대안암병원 연세대, 이화여대 600명의 청소경비노동자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최저임금을 넘어 생활임금 쟁취, 용역업체 중간관리자들의 갑질과 부당한 처우 개선하기 위해 하나의 사업장을 넘어 서울지역 대학 청소경비노동자들이 공동으로 투쟁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저임금노동자의 고용불안이 원하청 고용관계로부터 파생되기에 원청인 대학이 노동조건과 임금을 결정하는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용역업체에 따라 노동조건, 임금, 복지 등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에 반대하고, 동일한 노동을 하는 청소경비노동자의 노동조건 표준 통일 단협 쟁취를 목표로 했습니다. 집단교섭을 통해 최저임금을 넘어섰고, 용역업체 중간관리자의 갑질을 끊어냈습니다. 또 청소노동자행진, 따뜻한 밥한끼 권리의 캠페인 등으로 청소노동자의 현실을 사회에 알렸습니다. 청소경비노동자의 노동조건 표준 단협은 미조직 된 대학청소노동자들의 조직화로 이어졌고, 최저임금 인상과 휴게실 개선 등 사회적 여론을 형성하여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향상에 이바지했습니다.



집단교섭을 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원청은 여전히 인원 감축을 시도하고, 임금 인상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2022년 집단교섭은 다른 해에 비해 유난히 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2022년 임금 최초요구안인 10,800원(2022년 민주노총 최저임금 요구안)에서 코로나 등 학교의 사정을 고려해 청소, 주차노동자에게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액(440원)과 경비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보다 30원 더 많은 시급으로 제시했습니다. 2~3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액만 올렸기에 올해도 똑같이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원하청은 노동자들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습니다. 또 정년퇴직자 인원이 미충원 된 곳의 인원 충원과 청소노동자의 샤워실 설치를 위한 원하청협의기구 구성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습니다.


각 학교별로 3월 중순부터 정문, 본관 앞에서 매일 점심선전전을 진행하고 있으며, 4월 6일 연세대학교에서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매주 1회 학교를 순회하며 서울지부 결의대회 하고 있습니다. 또, 고용승계 의무화 법안 제정, 최저임금 차등적용 반대 등 간접고용, 저임금 노동자의 노동권과 생존권 의제를 여론화하기 위해 4월 27일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비정규노동자 행진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투쟁의 결과로 6월 10일부터 홍익대, 동덕여대, 이화여대에서 합의가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연세대 재학생이 청소노동자들을 업무방해와 불법시위로 고소고발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또, 수업 침해에 대해 수업료와 정신적 피해료 등 638만원을 배상하라고 연세대분회 청소노동자에게 민사소송을 건 일도 있었습니다. 연세대분회가 2008년에 설립되고 나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입니다. 연세대분회는 학생들이 직접 휴게실을 돌며 노동조합 결성을 주도하고 지금까지도 노학연대가 이어져 오는 현장입니다. 이 일을 계기로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처우와 원청의 무책임한 태도가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동문 변호사가 청소노동자를 변호하기 위해 모였고, 동문 국회의원도 문제 해결을 위해 총장과 면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고려대에서는 학교가 청소노동자들과 약속했던 면담을 거부해 7월 6일부터 본관에서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학교는 퇴거하지 않으면 법적책임을 묻겠다고 할 뿐 해결을 위해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학생들과 동문, 지역사회가 학교에 문제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연대의 움직임이 일어났습니다. 학생들은 농성하는 청소노동자들을 학교가 쫓아내지 못하도록 24시간 조를 짜서 농성장을 지켰습니다. 연대가 확대되고 여론이 나빠지자 23일차인 7월 28일 임금 인상에 합의를 했습니다. 그러나 진짜사장이 학교는 용역업체에게 책임을 떠 넘긴 채 마지막까지 어떠한 대화도 하지 않았습니다.



집단교섭에 참가하고 있는 13개 분회 중 몇 군데에서 합의를 했지만 아직 70% 이상의 분회가 합의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초기업노조 교섭의 특성 상 모든 현장이 합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청소경비노동자들은 투쟁을 이어갑니다. 특히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가 올해 투쟁 과정에서 이슈가 되었습니다. 대학교를 관리감독하는 교육부는 학교의 비정규직 노동자 실태를 파악하고 학교와 용역업체의 계약을 투명하게 밝힐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노동부는 휴게실 개선 여부 및 샤워실 설치를 권고해야 합니다. 서울지부 대학 청소경비노동자들은 무더운 여름이지만 지치지 않고 투쟁하고 있습니다. 모든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한다는 마음으로 2022년 집단교섭 투쟁을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손승환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조직부장.
연세대학교 청소경비노동자의 집단교섭 투쟁을 이끌어가면서 폭염 속에 용역업체와 학교를 상대로 교섭을 진행중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