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2024.05 | 밥통 117호

22.12 | 100호밥통 칼럼 | 뚜벅뚜벅 10년, 다시 10년을 걸어가자. /정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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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10년, 다시 10년을 걸어가자.




1.

밥통 이전에 밥 연대가 있었다. 밥통 이전에 다른 밥차가 있었다. 그리고 그 이전에 길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이 있었다. 밥통의 탄생은 그래서 운명이다.


10년 전 현장노동자들의 마음이 십시일반으로 모여 씨앗이 되었고, ‘이름 모를 이들의 든든한 후원’과 ‘밥알단들의 눈부신 애씀’, ‘노동자들을 살려서 이기게 하는 게 밥 연대라는 대의명분’이 밥통을 오늘에 이르게 한 힘이다. 


밥통 10년은 은근한 긍지였다. 길거리 노동자들에게, 연대 온 이들에게, 밥 연대를 경계의 눈으로 주시하는 사측에게, 신기한 듯 말을 건네는 시민들에게, 밥통은 기특하고 신비한 존재였다. 무언(無言)의 시선에서 읽어 내는, ‘의미 있는 일을 해내고 있다’는 자부심. 밥통에게는 이 시선이 밥이었다. 


2.

길거리에서 나누는 밥은 종합비타민 같다. 들뜨게 하는 힘이 있다. 장소는 중요치 않다. 날씨도 중요치 않다. 먹이고 싶은 마음이 온기로 전해지는 순간, 밥은 웃음이 되고 동지애가 되고 체력이 된다. 하여 밥은 투쟁의 필수 아미노산이다.


“다른 사람이 해주는 밥이 가장 맛있다”는 여성노동자의 감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러 의미로 읽히는 이 말은 현장에 걸린 현수막 슬로건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쩌면 그 여성노동자에게는 온 세상이 투쟁 현장이자 연대가 필요한 공간일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연대가 그곳에 닿기를...


밥통이 현장에 도착하여 마음을 나누고 떠난 후, 다시 그 현장에 밥 연대를 올 때까지의 시간적 여백을 한 사람으로서 노동자들은 어떻게 지나고 있을까? 밥통이 담아낼 수 없는 시간적 공백이 늘 마음에 남는다. 다른 연대의 마음이 그 시간에 닿기를...



3. 

다시 10년을 가보자는 다짐, 약속, 제안은 조심스럽다. 참으로 많은 이들의 노동이 모여 하나가 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농사를 지어 곡식과 채소와 과일을 보내주는 사람, 이를 음식으로 조리하여 내는 사람, 현장에서 음식 나눔을 돕는 사람, 주머니의 돈을 기꺼이 보내주는 사람, 시간을 내어 밥통의 활동이 담긴 웹진 제작에 재능을 기부하는 사람. 우리는 서로에게 감사한 빚을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세상은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 밥통에 주어진 운명이 끝나지 않을 거라는 아픈 공감을 전하며 지난 10년을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의 마음을 전해 본다. 



마침 12월호가 웹진 100호다. 발행되는 동안 ‘밥통의 이모저모, 현장 소식 등’을 담아 후원자들에게 전하는 일을 묵묵히 해오고 계신 웹진편집팀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해 본다. 


“함께 해서 좋았습니다. 다시 10년을 함께 해요~~”




글. 정상천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 집행위원장.

밥통의 시조새. 꼭 필요한 곳이면 밥통의 빨간 앞치마 두르고 나타나기를 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