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게는 우리의 삶입니다!!

서울특별시 중앙부에 위치한 중구. 민주화의 성지로 불리웠던 명동성당 바로 앞, 향린교회 옛 부지에 명동재개발2지구가 있습니다. 1983년 총 5개의 도시정비형 재개발지구가 지정되었고 1·3·4·5지구는 개발이 완료되어 명동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재개발지역이 명동2지구입니다. 2018년 10월 재개발사업을 하려고 하는 시행사가 움직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명동2지구에 있는 15개의 가게가 모여 명동2지구세입자대책위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3년 간의 긴 코로나 기간과 시행사의 횡포를 견디지 못하고 가게 문을 닫은 곳이 6곳. 그래서 지금은 9개의 가게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세입자대책위라는 이름으로 모이기 시작했지만 다들 장사만 했지 이러한 경험이 전무한 상황이라 처음에는 각 가게들의 상황파악을 위해 모였고, 건물주가 세입자에게 명도소송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세대위도 현수막을 걸고, 피켓팅도 하기 시작했으며, 다른 현장에 연대도 다녔습니다. 9개의 가게상황도 다 다릅니다. 강제집행 당한 곳, 강제집행 계고장 받은 곳, 명도소송 3심 끝난 곳, 2심 끝난 곳, 2심 진행 중인 곳, 내용증명 받은 곳, 아무것도 받지 않은 곳... 최근 시행사가 재개발지역의 세입자를 상대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시행사가 건물을 인수할 때 건물주와의 계약조건이 ‘사업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잔금 지급 7일 전까지 건물주의 비용과 책임으로 완전 정리 후 인도하여야 한다.’, 이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해 시행사가 직접 세입자를 내쫓는 모양새가 아닌 건물주 개인이 세입자를 내보내는 방법으로 내쫓고 있습니다. 시행사에게 세입자는 사업에 지장이 되는, 정리해야 하는 대상일 뿐입니다.
저는 2018년 7월 건물주로부터 재계약하자는 내용증명을 받고 8월 초 건물주를 직접 만나 재계약하자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9월 중순 이후 ‘다시 연락을 주겠다’했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다가 2019년 1월 30일 설 연휴 바로 전날 갑자기 명도소송 소장을 받게 되었습니다. 계약기간이 7개월 남아있는 상황, 소송 청구원인도 ‘노후 건물이어서 붕괴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어 부득이하게 재건축을 하여야 하고, 계약해지를 하려고 하였으나 피고들이 계약서상에 명시한 내용을 어기고 권리금을 요구하여 부득이하게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로써 계약의 해지 통보에 갈음하고자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건물주는 저에게 재계약을 하자고 했지 계약해지를 통보한 적 없고, 재개발지역에 재건축은 말도 안 되며, 계약해지를 통보한 적 없으니 제가 권리금을 요구했다는 것 역시 거짓입니다. 그리고 건물주가 저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한 적이 없으니 ‘소장 부본의 송달로써 계약의 해지 통보에 갈음하고자 합니다.’라고 했을 것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거짓으로도 대한민국의 건물주는 소송이 가능하고, 대한민국의 세입자는 소송 기간 동안 계약기간이 끝나면 청구원인이 거짓이어도 100% 소송에서 패소하게 됩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에서 장사하는 세입자들이 건물주로부터 받는 명도소송입니다. 2021년 10월 8일 세대위 가게 한 곳이 강제집행을 당했고, 2021년 6월 3심 대법원 판결까지 끝난 저희 가게가 그 다음 강제집행 대상이 때문에 제대로 된 문 하나 없이 장사하던 가게에 철판으로 문을 만들고 2021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장사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2023년 5월 10일 법원 집행관과 시행사 대리인이라는 사람들이 몰려와 웃으며 가게 문틈에 강제집행 계고장을 꽂아놓고 갔습니다. 명동2지구 공대위와 세대위는 계고장에 적혀 있는 마지막 날인 2023년 5월 17일 가게 앞에 농성장을 차리고 지금까지 농성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렇게 농성장을 지킨 지 80여일이 되어 갑니다. 대한민국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명동2지구 세대위에게, 그리고 저에게 가게는 단순히 ‘돈만 버는 공간’이 아닙니다.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한 저의 대부분의 일상이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하고, 커피를 마시고, 손님을 맞이하고, 때론 친구들이 방문해 반가운 얼굴을 보기도 하는… 이 모든 것들이 가게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저에게 가게는 삶입니다.
중구에서 장사하는, 거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어볼 생각도 없고 그저 ‘구청에서 세입자들에게 해 줄 말이 없다’는 이유로 면담을 거부하는 중구청. ‘중구청이 주관하는 자리에 시행사에서 책임있는 대표가 나와 세대위와 대화하자!’고 계속해서 요구하는 우리와 만나지 않고 있는 시행사. 중구청이 구민이자 세입자인 우리를 한 사람으로, 한 사람의 삶과 그 가족들의 삶이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서에 적혀있는 세입자 몇 명, 건물 몇 채, 땅 몇 제곱미터, 토지와 지주율 몇 퍼센트…. 이렇게 단지 종이 몇 장에 적혀있는 숫자로만 생각한다면 시행사 KCH 역시 ‘사업에 지장이 되고, 정리가 되어야 하는’, 그저 숫자로만 우리를 대할 것입니다. 2021년 10월 이후 단 하루도 집에서 잠을 잔 적이 없습니다. 농성장을 차리고 나서는 가게와 가게 앞 농성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왜 우리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소송을 당해야 하는지. 이 말도 안 되는 소송 때문에 우리가 왜 손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길에서 잠을 자고, 일상을 빼앗겨야 하는지. 도시기능의 회복 및 상권 활성화 등을 위하여 도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 ‘도시환경정비사업’이라 한다면 그 계획의 수립권자인 서울시, 그리고 그 권한을 민간 시행사에 넘겨주는 중구청은 서울 시민이자 중구 구민인 우리들에게 그 대답을 해 줘야 합니다.

수 십 년간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손, 40년이 넘도록 손님들의 머리카락을 만지던 손, 안주를 만들고 사케를 데우던 손, 돈까스를 튀기고 재료를 손질하던 손, 활짝 핀 꽃을 만지던 손, 고기를 손질하고 숯에 불을 붙이던 손, 새벽부터 출근해서 김밥을 만들던 손, 음료수를 채우고 생필품을 판매하던 손, 늦은 시간까지 손님을 기다리며 마이크와 음향기기를 만지던 손. 그 손들이 모여 우리의 일상을, 삶을 되찾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일상의 삶을 되찾기 위해 싸우고 있는 우리의 손을 잡아준 연대인분들이 계십니다. 그리고 그 싸움에 힘과 기운을 채워 주신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이 있습니다. 손을 잡고 함께 밥을 먹으며 우리는 길 위에서 한 식구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의지가, 연대의 걸음과 마음이, 그리고 길 위에서 함께 밥을 먹으며 채운 그 밥심이 다시 우리가 일상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이라 믿습니다. 요즘 농성장은 지칠 수밖에 없는 찌는 듯한 더위와 숨이 막힐 것 같은 습기…. 너무 힘들어 지쳐 쉬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며, 앞으로 나가는 걸음 한걸음이 너무 고통스럽더라도 멈추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손으로 세운 이 천막 농성장을 우리 손으로 꼭 거두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다시 일상을 찾는 날에는 두손 맞잡고 함께 해주신 분들과 꼭 함께하겠습니다. 그날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며 오늘도 다시 손에 피켓을 들고 농성장을 지켜내겠습니다.

강성진
<명동성당 앞> 주방 만게츠 사장. 명동재개발2지구 세입자대책위 총무.
가게 문을 활짝 열고, 손님을 기다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귀가하는 손님들을 보면 저 또한 즐거워하는, 장사하는 것이 즐거운 사람.
가게는 우리의 삶입니다!!
서울특별시 중앙부에 위치한 중구. 민주화의 성지로 불리웠던 명동성당 바로 앞, 향린교회 옛 부지에 명동재개발2지구가 있습니다. 1983년 총 5개의 도시정비형 재개발지구가 지정되었고 1·3·4·5지구는 개발이 완료되어 명동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재개발지역이 명동2지구입니다. 2018년 10월 재개발사업을 하려고 하는 시행사가 움직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명동2지구에 있는 15개의 가게가 모여 명동2지구세입자대책위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3년 간의 긴 코로나 기간과 시행사의 횡포를 견디지 못하고 가게 문을 닫은 곳이 6곳. 그래서 지금은 9개의 가게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세입자대책위라는 이름으로 모이기 시작했지만 다들 장사만 했지 이러한 경험이 전무한 상황이라 처음에는 각 가게들의 상황파악을 위해 모였고, 건물주가 세입자에게 명도소송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세대위도 현수막을 걸고, 피켓팅도 하기 시작했으며, 다른 현장에 연대도 다녔습니다. 9개의 가게상황도 다 다릅니다. 강제집행 당한 곳, 강제집행 계고장 받은 곳, 명도소송 3심 끝난 곳, 2심 끝난 곳, 2심 진행 중인 곳, 내용증명 받은 곳, 아무것도 받지 않은 곳... 최근 시행사가 재개발지역의 세입자를 상대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시행사가 건물을 인수할 때 건물주와의 계약조건이 ‘사업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잔금 지급 7일 전까지 건물주의 비용과 책임으로 완전 정리 후 인도하여야 한다.’, 이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해 시행사가 직접 세입자를 내쫓는 모양새가 아닌 건물주 개인이 세입자를 내보내는 방법으로 내쫓고 있습니다. 시행사에게 세입자는 사업에 지장이 되는, 정리해야 하는 대상일 뿐입니다.
저는 2018년 7월 건물주로부터 재계약하자는 내용증명을 받고 8월 초 건물주를 직접 만나 재계약하자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9월 중순 이후 ‘다시 연락을 주겠다’했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다가 2019년 1월 30일 설 연휴 바로 전날 갑자기 명도소송 소장을 받게 되었습니다. 계약기간이 7개월 남아있는 상황, 소송 청구원인도 ‘노후 건물이어서 붕괴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어 부득이하게 재건축을 하여야 하고, 계약해지를 하려고 하였으나 피고들이 계약서상에 명시한 내용을 어기고 권리금을 요구하여 부득이하게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로써 계약의 해지 통보에 갈음하고자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건물주는 저에게 재계약을 하자고 했지 계약해지를 통보한 적 없고, 재개발지역에 재건축은 말도 안 되며, 계약해지를 통보한 적 없으니 제가 권리금을 요구했다는 것 역시 거짓입니다. 그리고 건물주가 저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한 적이 없으니 ‘소장 부본의 송달로써 계약의 해지 통보에 갈음하고자 합니다.’라고 했을 것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거짓으로도 대한민국의 건물주는 소송이 가능하고, 대한민국의 세입자는 소송 기간 동안 계약기간이 끝나면 청구원인이 거짓이어도 100% 소송에서 패소하게 됩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에서 장사하는 세입자들이 건물주로부터 받는 명도소송입니다. 2021년 10월 8일 세대위 가게 한 곳이 강제집행을 당했고, 2021년 6월 3심 대법원 판결까지 끝난 저희 가게가 그 다음 강제집행 대상이 때문에 제대로 된 문 하나 없이 장사하던 가게에 철판으로 문을 만들고 2021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장사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2023년 5월 10일 법원 집행관과 시행사 대리인이라는 사람들이 몰려와 웃으며 가게 문틈에 강제집행 계고장을 꽂아놓고 갔습니다. 명동2지구 공대위와 세대위는 계고장에 적혀 있는 마지막 날인 2023년 5월 17일 가게 앞에 농성장을 차리고 지금까지 농성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렇게 농성장을 지킨 지 80여일이 되어 갑니다. 대한민국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명동2지구 세대위에게, 그리고 저에게 가게는 단순히 ‘돈만 버는 공간’이 아닙니다.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한 저의 대부분의 일상이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하고, 커피를 마시고, 손님을 맞이하고, 때론 친구들이 방문해 반가운 얼굴을 보기도 하는… 이 모든 것들이 가게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저에게 가게는 삶입니다.
중구에서 장사하는, 거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어볼 생각도 없고 그저 ‘구청에서 세입자들에게 해 줄 말이 없다’는 이유로 면담을 거부하는 중구청. ‘중구청이 주관하는 자리에 시행사에서 책임있는 대표가 나와 세대위와 대화하자!’고 계속해서 요구하는 우리와 만나지 않고 있는 시행사. 중구청이 구민이자 세입자인 우리를 한 사람으로, 한 사람의 삶과 그 가족들의 삶이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서에 적혀있는 세입자 몇 명, 건물 몇 채, 땅 몇 제곱미터, 토지와 지주율 몇 퍼센트…. 이렇게 단지 종이 몇 장에 적혀있는 숫자로만 생각한다면 시행사 KCH 역시 ‘사업에 지장이 되고, 정리가 되어야 하는’, 그저 숫자로만 우리를 대할 것입니다. 2021년 10월 이후 단 하루도 집에서 잠을 잔 적이 없습니다. 농성장을 차리고 나서는 가게와 가게 앞 농성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왜 우리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소송을 당해야 하는지. 이 말도 안 되는 소송 때문에 우리가 왜 손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길에서 잠을 자고, 일상을 빼앗겨야 하는지. 도시기능의 회복 및 상권 활성화 등을 위하여 도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 ‘도시환경정비사업’이라 한다면 그 계획의 수립권자인 서울시, 그리고 그 권한을 민간 시행사에 넘겨주는 중구청은 서울 시민이자 중구 구민인 우리들에게 그 대답을 해 줘야 합니다.
수 십 년간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손, 40년이 넘도록 손님들의 머리카락을 만지던 손, 안주를 만들고 사케를 데우던 손, 돈까스를 튀기고 재료를 손질하던 손, 활짝 핀 꽃을 만지던 손, 고기를 손질하고 숯에 불을 붙이던 손, 새벽부터 출근해서 김밥을 만들던 손, 음료수를 채우고 생필품을 판매하던 손, 늦은 시간까지 손님을 기다리며 마이크와 음향기기를 만지던 손. 그 손들이 모여 우리의 일상을, 삶을 되찾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일상의 삶을 되찾기 위해 싸우고 있는 우리의 손을 잡아준 연대인분들이 계십니다. 그리고 그 싸움에 힘과 기운을 채워 주신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이 있습니다. 손을 잡고 함께 밥을 먹으며 우리는 길 위에서 한 식구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의지가, 연대의 걸음과 마음이, 그리고 길 위에서 함께 밥을 먹으며 채운 그 밥심이 다시 우리가 일상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이라 믿습니다. 요즘 농성장은 지칠 수밖에 없는 찌는 듯한 더위와 숨이 막힐 것 같은 습기…. 너무 힘들어 지쳐 쉬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며, 앞으로 나가는 걸음 한걸음이 너무 고통스럽더라도 멈추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손으로 세운 이 천막 농성장을 우리 손으로 꼭 거두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다시 일상을 찾는 날에는 두손 맞잡고 함께 해주신 분들과 꼭 함께하겠습니다. 그날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며 오늘도 다시 손에 피켓을 들고 농성장을 지켜내겠습니다.
강성진
<명동성당 앞> 주방 만게츠 사장. 명동재개발2지구 세입자대책위 총무.
가게 문을 활짝 열고, 손님을 기다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귀가하는 손님들을 보면 저 또한 즐거워하는, 장사하는 것이 즐거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