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안정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8월 16일 오후 1시 30분 노사 합의 조인식이 열렸다. 청산철회 투쟁을 시작한 지 1년 하고 한 달이 지나는 시점이었다.
22년 7월 7일 회사는 노조와 맺은 고용합의서를 위반하고 일방적으로 청산을 발표했다. 2023년 1월 1일이 되자 회사는 공장을 폐쇄하고 조합원들의 출입을 막았다. 20년 근무한 일터를 이렇게 억울하게 빼앗길 수 없었다. 청산이 완료되지 않았기에 노조사무실 사용을 근거 삼아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209명의 조합원은 그렇게 공장을 사수하기 시작했다. 가동이 중단된 공장 안은 그야말로 차디찬 시멘트 건물 그 자체였다. 아무 준비도 하지 못한 우리들의 공장사수 농성을 위해 곳곳에서 구호물자를 보내주셨다.
그 중에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이하 밥통)도 있었다. 현장에서 공장지킴이조가 밥을 사기도 하고 해 먹기도 했다. <한국와이퍼 노동자 일자리 보장을 위한 안산시민행동>에 참여중인 <밥통>이 먼저 연락이 왔다. 여느 봄보다 더 추웠던 4월 회사 마당에 멋진 뷔페가 차려졌다. 간만에 밥다운 밥이었고 정말 꿀맛 같은 밥이었다. 이렇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받아보는 것으로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다. 그 뒤에도 밥통은 여러 번 현장을 방문했다. 비가 오는 날에도 비를 맞으면서도 맛있는 밥 한 끼를 만들어주셨고, 그리고 밥통의 식구들이 소속된 <우리동네연구소>와 <신천연합병원>에서는 투쟁기금도 전달해주셨다. 한국와이퍼 투쟁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MBC뉴스 보도로 시작하여 국정감사, 특별근로감독 실시, 단식농성에 이은 공장사수 농성, 그리고 일본원정투쟁까지. 외투자본의 먹튀로 인해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대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애써주셨다.

216일간 지속된 공장농성 투쟁은 한겨울 전기장판을 깔고 시작하여 한여름 모기들과 함께 마무리되었다. 쥐 가족과 함께 어우러져 자야 했던 공장 농성은 그야말로 비인권의 현장 그 자체였다. 그래도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바로 함께 농성장을 지켜주고 그 열악한 잠자리를 기꺼이 함께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좌절하지 않고 힘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청산철회를 하지 못했다. 한국와이퍼를 제외하고 와이퍼 시스템이 매각 완료되었다. 회사의 폐업을 돌이키기 어려워지는 국면이었다. 투쟁은 장기화 될 판이었다. 청산철회를 하고 고용을 보장받는 것이 제1의 목표였지만 209명 조합원들 모두가 그 투쟁으로 가기에는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다. 209명 모두의 승리로 만들 수 있는 안은 없을까. 그 고민 속에서 우리 투쟁의 의미를 이어나가기 위한 ‘유의미한 노사합의안’을 쟁취했다. 바로 사회적 고용기금이다. 외투기업이 조합원들의 재고용을 지원할 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고용약자를 위한 기금을 출연하게 한 것이다. 외투자본의 먹튀 문제를 사회여론화하고 모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우는 방법으로 제안했다.
209명이 쟁취해 낸 고용기금의 규모는 아쉽게도 많이 미약하다. 하지만 앞으로 그 고용기금을 마중물 삼아 산업전환 시기 고용안정망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고용약자 노동자들과 함께 우리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보고자 한다.
한국와이퍼분회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최윤미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장.
209명의 조합원과 함께 덴소코리아를 상대로 투쟁 끝에 <사회적고용기금>을 이끌어냈다.
고용안정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8월 16일 오후 1시 30분 노사 합의 조인식이 열렸다. 청산철회 투쟁을 시작한 지 1년 하고 한 달이 지나는 시점이었다.
22년 7월 7일 회사는 노조와 맺은 고용합의서를 위반하고 일방적으로 청산을 발표했다. 2023년 1월 1일이 되자 회사는 공장을 폐쇄하고 조합원들의 출입을 막았다. 20년 근무한 일터를 이렇게 억울하게 빼앗길 수 없었다. 청산이 완료되지 않았기에 노조사무실 사용을 근거 삼아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209명의 조합원은 그렇게 공장을 사수하기 시작했다. 가동이 중단된 공장 안은 그야말로 차디찬 시멘트 건물 그 자체였다. 아무 준비도 하지 못한 우리들의 공장사수 농성을 위해 곳곳에서 구호물자를 보내주셨다.
그 중에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이하 밥통)도 있었다. 현장에서 공장지킴이조가 밥을 사기도 하고 해 먹기도 했다. <한국와이퍼 노동자 일자리 보장을 위한 안산시민행동>에 참여중인 <밥통>이 먼저 연락이 왔다. 여느 봄보다 더 추웠던 4월 회사 마당에 멋진 뷔페가 차려졌다. 간만에 밥다운 밥이었고 정말 꿀맛 같은 밥이었다. 이렇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받아보는 것으로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다. 그 뒤에도 밥통은 여러 번 현장을 방문했다. 비가 오는 날에도 비를 맞으면서도 맛있는 밥 한 끼를 만들어주셨고, 그리고 밥통의 식구들이 소속된 <우리동네연구소>와 <신천연합병원>에서는 투쟁기금도 전달해주셨다. 한국와이퍼 투쟁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MBC뉴스 보도로 시작하여 국정감사, 특별근로감독 실시, 단식농성에 이은 공장사수 농성, 그리고 일본원정투쟁까지. 외투자본의 먹튀로 인해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대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애써주셨다.
216일간 지속된 공장농성 투쟁은 한겨울 전기장판을 깔고 시작하여 한여름 모기들과 함께 마무리되었다. 쥐 가족과 함께 어우러져 자야 했던 공장 농성은 그야말로 비인권의 현장 그 자체였다. 그래도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바로 함께 농성장을 지켜주고 그 열악한 잠자리를 기꺼이 함께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좌절하지 않고 힘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청산철회를 하지 못했다. 한국와이퍼를 제외하고 와이퍼 시스템이 매각 완료되었다. 회사의 폐업을 돌이키기 어려워지는 국면이었다. 투쟁은 장기화 될 판이었다. 청산철회를 하고 고용을 보장받는 것이 제1의 목표였지만 209명 조합원들 모두가 그 투쟁으로 가기에는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다. 209명 모두의 승리로 만들 수 있는 안은 없을까. 그 고민 속에서 우리 투쟁의 의미를 이어나가기 위한 ‘유의미한 노사합의안’을 쟁취했다. 바로 사회적 고용기금이다. 외투기업이 조합원들의 재고용을 지원할 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고용약자를 위한 기금을 출연하게 한 것이다. 외투자본의 먹튀 문제를 사회여론화하고 모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우는 방법으로 제안했다.
209명이 쟁취해 낸 고용기금의 규모는 아쉽게도 많이 미약하다. 하지만 앞으로 그 고용기금을 마중물 삼아 산업전환 시기 고용안정망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고용약자 노동자들과 함께 우리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보고자 한다.
한국와이퍼분회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최윤미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장.
209명의 조합원과 함께 덴소코리아를 상대로 투쟁 끝에 <사회적고용기금>을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