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의 불법해고에 맞서

2023년 1월 1일. 모두가 새해를 맞는 기대와 다짐으로 가득한 날 우리는 해고자가 되었습니다. 업체변경 과정에서 계약이 만료가 되었고 16명이 일하던 콜센터에서 10명의 콜센터 상담사들은 다시 계약을 할 수 없었습니다.
경력직 선별채용.
우리는 해고가 되기 전까지 원청과 하청이 무엇인지, 용역업체가 무엇인지, 고용불안, 감정노동자 보호법 같은 말들은 뉴스에나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먹고 살기 바쁘단 이유로, 알면 알 수록 불편해지기만 하는 현실에 눈을 감고 살았습니다. 우리는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에서 3년이 넘게 일을 했던 사람이고 업체가 바뀐다고 해서 우리의 응대멘트가 달라지거나 하는 일이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콜센터 개소 때부터 일을 해왔기에 경력직 선별채용이라 해도 우리는 그 기준에 걸러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사람을 거르는 그물.
우리는 대단한 오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경력직선별채용이라 하는 것은 그저 듣기 좋은 허울일 뿐, 말을 잘 들을 전화 받는 기계와 말을 잘 안 듣는 전화 받는 기계를 저울질하여 고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보기에 우리는 전화를 잘 받는 기계였지만 종종 오류코드를 발생시키는 예민한 개체였기에 우리 중의 몇이 걸러졌습니다. 우리는 또 오류코드를 띄우며 에러를 발생시켰습니다.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같이 일해야 한다. 그것이 옳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일할 수 없다.'
우리의 오류코드를 보고 그들은 '얼씨구나. 여기 거르지 못했던 말 안 듣는 전화 받는 기계가 또 있었네. 너희도 out.' 우리는 그렇게 그물에 걸려 걸러지고 말았습니다. 우리에게 해고된 동료들은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에게 우리는 '오류투성이 전화 받는 기계'였을 뿐 입니다.
한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한 투쟁.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은 우리의 억울함에 귀 기울일 줄 알았습니다. 살을 에는 추위에 핫팩을 7~8개씩 붙이고 1월 16일 처음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억울하다 외치기 시작한 그 날, 우리는 우리의 투쟁이 가을 문턱까지 와 닿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습니다. 아무도 듣질 않고,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이렇게도 철저하게 외면하고 짓밟을 수 있는지 처참함에 꽤 많은 밤은 눈물로, 또 다른 밤들은 술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 밤들이 다섯 달쯤 모였을 때 우리는 '이들은 우리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구나.'라는 진실에 마주했습니다. 분노와 함께 처참함이 온 몸을 감쌌습니다. 3년을 눈물과 땀으로 일군 '우리 회사'에 배신감이 치밀었고 일터를 되찾는 것이 우리가 살아있는 한 인간임을 증명해내는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불편한 진실과 마주서기.
그 사이 우리는 희망연대본부를 만났고 우리에게 '너희들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말해주는 수많은 동지들을 만났습니다.
'정의는 옳지만 정의는 반드시 승리할 수 없다는 것.'
모래알을 삼킨 듯 목구멍이 따끔거렸습니다. 진실을 마주한다는 건 참으로 불편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실을 마주서서 보지 않는다면 그 무엇도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와 같이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고 생계를 잃고 자존감을 잃은 서러운 노동자들은 또 거리에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고된 싸움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세상의 모든 게 달라지진 않겠지만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는 용기를 낸 이들에 의해 조금씩 변해갑니다. 육삼 빌딩도 그 시작은 작은 벽돌 하나부터였기에 우리 셋도 조심스레 하나의 벽돌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하나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에서 3년 넘게 근무하다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해고되어
8개월 동안 해고복직 투쟁을 이어간 상담노동자.
<덧붙임>
이하나님은 재계약 통보를 받았지만 계약만료 통보를 받은 2명의 동료 모두의 복직을 요구하며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이에 효성ITX는 2명의 노동자에 대해서는 채용의사가 있지만 이하나님만은 채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며 이하나님은 8월 7일부터 전원복직을 위한 무기한 단식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중에 8월 23일 효성ITX로부터 전원 복직 합의를 이끌어냈다.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의 불법해고에 맞서
2023년 1월 1일. 모두가 새해를 맞는 기대와 다짐으로 가득한 날 우리는 해고자가 되었습니다. 업체변경 과정에서 계약이 만료가 되었고 16명이 일하던 콜센터에서 10명의 콜센터 상담사들은 다시 계약을 할 수 없었습니다.
경력직 선별채용.
우리는 해고가 되기 전까지 원청과 하청이 무엇인지, 용역업체가 무엇인지, 고용불안, 감정노동자 보호법 같은 말들은 뉴스에나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먹고 살기 바쁘단 이유로, 알면 알 수록 불편해지기만 하는 현실에 눈을 감고 살았습니다. 우리는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에서 3년이 넘게 일을 했던 사람이고 업체가 바뀐다고 해서 우리의 응대멘트가 달라지거나 하는 일이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콜센터 개소 때부터 일을 해왔기에 경력직 선별채용이라 해도 우리는 그 기준에 걸러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사람을 거르는 그물.
우리는 대단한 오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경력직선별채용이라 하는 것은 그저 듣기 좋은 허울일 뿐, 말을 잘 들을 전화 받는 기계와 말을 잘 안 듣는 전화 받는 기계를 저울질하여 고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보기에 우리는 전화를 잘 받는 기계였지만 종종 오류코드를 발생시키는 예민한 개체였기에 우리 중의 몇이 걸러졌습니다. 우리는 또 오류코드를 띄우며 에러를 발생시켰습니다.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같이 일해야 한다. 그것이 옳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일할 수 없다.'
우리의 오류코드를 보고 그들은 '얼씨구나. 여기 거르지 못했던 말 안 듣는 전화 받는 기계가 또 있었네. 너희도 out.' 우리는 그렇게 그물에 걸려 걸러지고 말았습니다. 우리에게 해고된 동료들은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에게 우리는 '오류투성이 전화 받는 기계'였을 뿐 입니다.
한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한 투쟁.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은 우리의 억울함에 귀 기울일 줄 알았습니다. 살을 에는 추위에 핫팩을 7~8개씩 붙이고 1월 16일 처음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억울하다 외치기 시작한 그 날, 우리는 우리의 투쟁이 가을 문턱까지 와 닿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습니다. 아무도 듣질 않고,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이렇게도 철저하게 외면하고 짓밟을 수 있는지 처참함에 꽤 많은 밤은 눈물로, 또 다른 밤들은 술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 밤들이 다섯 달쯤 모였을 때 우리는 '이들은 우리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구나.'라는 진실에 마주했습니다. 분노와 함께 처참함이 온 몸을 감쌌습니다. 3년을 눈물과 땀으로 일군 '우리 회사'에 배신감이 치밀었고 일터를 되찾는 것이 우리가 살아있는 한 인간임을 증명해내는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불편한 진실과 마주서기.
그 사이 우리는 희망연대본부를 만났고 우리에게 '너희들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말해주는 수많은 동지들을 만났습니다.
'정의는 옳지만 정의는 반드시 승리할 수 없다는 것.'
모래알을 삼킨 듯 목구멍이 따끔거렸습니다. 진실을 마주한다는 건 참으로 불편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실을 마주서서 보지 않는다면 그 무엇도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와 같이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고 생계를 잃고 자존감을 잃은 서러운 노동자들은 또 거리에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고된 싸움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세상의 모든 게 달라지진 않겠지만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는 용기를 낸 이들에 의해 조금씩 변해갑니다. 육삼 빌딩도 그 시작은 작은 벽돌 하나부터였기에 우리 셋도 조심스레 하나의 벽돌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하나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에서 3년 넘게 근무하다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해고되어
8개월 동안 해고복직 투쟁을 이어간 상담노동자.
<덧붙임>
이하나님은 재계약 통보를 받았지만 계약만료 통보를 받은 2명의 동료 모두의 복직을 요구하며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이에 효성ITX는 2명의 노동자에 대해서는 채용의사가 있지만 이하나님만은 채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며 이하나님은 8월 7일부터 전원복직을 위한 무기한 단식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중에 8월 23일 효성ITX로부터 전원 복직 합의를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