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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 | 밥통 115호

19.03 | 56호현장돋보기 | 땀과 쇠 냄새 안에서 눈물 밴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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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돋보기]


땀과 쇠 냄새 안에서 눈물 밴 사연 

신영프레시전 해고 노동자들 이야기

황경하 | 서울민예총 사무국장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해고당하고 단결하여 투쟁하는 이야기는 어쩌면 땀과 쇠 냄새밖에 나지 않는다 여기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와 눈물 밴 사연들을 여러 방식으로 전하는 것은 아무래도 예술가들의 몫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당분간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신영프레시전 노동자들의 생애를 기록하여 글로 남기고, 그것을 노래로 만드는 일을 차근차근 해보려 합니다.


신영프레시전은 구로구 독산동에 위치한 LG 핸드폰 제작의 부품공정을 맡는 1차 벤더 격인 회사입니다. 심지어 IMF때도 고속성장을 거듭했던 우량기업입니다. 엄청난 자산을 보유한 회사입니다. 그런 빵빵하던 회사가 갑자기 폐업을 신청하고 노동자들을 삶의 터전에서 내몰았습니다. 남아있던 생산 설비들마저 팔아치우려 합니다. 


설날 직전인 1.31에 노동자들은 모두 택배로 해고통보를 받았습니다. 수십 년을 일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평생을 바친 회사에게서 받은 모욕감이 얼마나 컸을까요? 45명의 조합원들은 공장의 장비가 반출되어 매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를 짜서 돌아가며 공장을 지키며 농성중입니다. 


신영프레시전의 조합원 대부분은 4-50대의 여성노동자들입니다. 아침에는 아이들을 밥 먹이고 학교 보내며 밤에는 돌아가며 공장을 지키고 농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업을 잃게 되면 재취업이 몹시 어려운 우리 사회의 약자층입니다. 세상이 우리의 노동자들을 너무 하찮게 대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모두들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들이며 각자 인생의 둘도 없는 주인공들입니다.


신영프레시전의 이희태 분회장은 이번에 갓 결혼한 젊은 새신랑입니다. 요즘 사측에서는 그를 회유하고 노조를 분쇄하기 위하여 애를 많이 쓴다고 합니다. 그러나 소용없는 일일 것 같습니다. 그와 긴 시간 대화를 나누며 그가 느끼고 있는 막중한 책임감과 동료 노동자들에 대한 염려, 그리고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깨가 몹시 무거워 보입니다.

현재 강원도에는 수많은 농민들이 골프장, 스키장 건설로 인해 토지를 강제수용 당하고 쫓겨나는 중입니다. 신영프레시전의 회장은 회사를 폐업하고 설비를 팔아치워서 생기는 이윤과 절감한 인건비를 쏟아부어 강원도에 골프장, 스키장, 콘도를 짓는 일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을 해고해서 얻은 돈으로 농민들을 토지에서 쫓아내는 꼴입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게 될까요? 

회장의 오른팔인 법무이사가 노조와해 공작을 진두지휘 하고 있습니다. 그는 과거 이명박 시절 ‘물대포는 경찰 사용 장구 가운데 가장 안전하며 신체에 전혀 피해가 없다’며 ‘물대포를 맞고 다쳤다면 거짓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유명한 명영수 전 서울경찰청 경비1과장입니다. 당시 어청수 경찰청장 라인에 기생하며 ‘광우병 시위 폭력 프레임’을 만들어 여론을 호도하고 정보를 교란시키는 업무를 맡아 시민들을 탄압했습니다. 2008년 광우병 투쟁 때 각계 각층의 시민단체들이 모여 파면을 요구했던 ‘경찰 4적’ 중 한 명입니다.


얼마 전 단전, 단수를 거행하고 조합원들을 고발하겠다는 공문이 노조에 날아왔습니다. 모두들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려 해도 속으로는 아프고 서러울 것입니다. 많은 분들의 연대의 힘이 비로소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가 외면하는 지금의 이 순간들이 지나면 칼이 되어 나와 나의 사랑하는 가족에게 뼈아프게 돌아올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는 사랑과 연대로 개척할 수 있습니다. 함께 아파하고 함께 일어서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