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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 | 밥통 115호

19.05 | 58호현장돋보기① | 가짜, 허위, 조작을 멈추고,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하라!/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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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돋보기① ]


가짜, 허위, 조작을 멈추고,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하라!

정다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선포하고, 다양한 시민사회·연대단체와 개인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420공투단)’으로 조직해 함께 투쟁을 만들어왔다.  4월 20일을 장애인에게 봉사하는 비장애인들을 포상하고 격려해주는 위선적인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1년 365일 장애인의 권리가 보장되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 위해 함께 투쟁하는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올해 420공투단은 ‘대중투쟁과 연대로, 장애등급제를 진짜 폐지하자’라는 활동 목표를 세우고 3월부터 5월 1일 420공투단 해단식까지 힘차게 투쟁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예산 책정의 핵심적인 권한을 쥐고 있는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면담을 요구했고, 서울 도심뿐만 아니라 세종 정부청사까지 찾아가서 우리의 요구를 알렸다.


정부는 2019년 7월부터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고 선전하고 있다. 정부는 등급으로 나누던 서비스 기준을, 등급을 없앤 이후에 어떻게 나눌 것인지 발표했지만, 정부가 발표한 장애등급제 폐지의 실체는 ‘가짜’ 폐지에 불과하다. ‘장애등급대로 받아먹어라’가 ‘장애점수대로 받아먹어라’로 바뀌어버린 여전히 시혜와 동정의 떡고물 복지이기 때문이다.


2019년 7월 기존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장애인의 환경과 욕구를 반영하겠다고 도입되는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는 기존 장애등급제와 마찬가지로 당사자의 ‘필요’와 ‘욕구’가 반영되지 않는, ‘장애등급제’와 유사한 ‘조작’ 조사표가 되어버렸다. 또한 계속되는 인권유린의 ‘감옥’인 장애인거주시설 신규입소가 여전히 허용되고 있으며, 경기 ‘성심재활원’과 부산 ‘동향원’ 등 범죄시설에 대한 폐쇄조치는 아직도 이뤄지고 있지 않다. 그리고 ‘발달장애 국가책임제’의 핵심적 서비스인 주간활동지원의 경우 의미 있는 낮 활동을 보장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서비스 시간과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중복으로 구분되어 시간이 삭감되는 등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할 수 없는 실정이다.


1842일의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농성>을 통해 외쳤던 우리들의 요구는, 주는 대로 받아먹는 복지가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한 만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또한 장애인거주시설 폐쇄 및 탈시설 계획을 수립하고, 장애인 개개인의 필요와 욕구에 맞게 서비스를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것이 제도화되려면 예산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현재 장애인복지예산이 2조 7천억 원인데 이 정도가 OECD 국가 평균 1/4수준이라고 하니, OECD 국가 평균에 맞추려면 4배 이상인 8조원까지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 정부든, 국회든, 장애인복지예산이 이 정도로 늘어나야 한다고 하면 그렇게 많은 돈을 증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장애인이 OECD 국가의 장애인에 비해 1/4 수준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것은 욕심이 아니라 3/4를 돌려받아 ‘1’만큼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라는 요구이다. 


 4월 20일이 지나 2019년 ‘420공투단’은 해단식을 하지만, 장애인운동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장애등급제 폐지를 ‘가짜’ 폐지로 만든 주범,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장애인 생존권 예산을 요구하고자 한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면담을 쟁취하고, 장애인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예산을 확보할 때까지, 투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