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투쟁 소식 ]
비자림 숲속 생명들이 번식기를 맞았습니다
김키미(비자림로 시민모니터링단)
제주 난개발의 상징이 된 비자림로 도로확장공사 구간에서 시민들은 천연기념물과 멸종 위기 야생동물의 서식을 확인해가고 있습니다. 이 도로공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기존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던 종들입니다. 공사구간 안에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것이 밝혀지면 환경부에서는 서식지와 종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고, 천연기념물을 발견하면 문화재청이 서식지와 종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시민들은 제주도보다 상위 구조인 이 두 곳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 결과, 영산강 유역 환경청의 공사 전면중지 조치로 6월 28일까지 숲에서 벌목이 중지되었고 일급수임에도 얇은 줄 하나 치고서 매립공사를 하던 천미천 제2대천교 공사 역시 중지되었습니다.
이 시간 동안 우리는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서식과 산란을 증명해야 합니다.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시민이 어떻게 이런 발견을 해낼 수 있을지, 그렇다면 제주도와 전문가들은 왜 침묵하고 있는지, 미온한 태도에 대해 암묵적 합의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사 나오셨던 양심적 조류학자분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우리 전문가들이 서식을 찾아낼 수 있더라도 상부에서 어떤 조치가 취해질지 장담할 수 없으니 시민들 스스로 찾아야 할 것이다. 담당부서에서 내려온 말은 발견 시 보호조치와 대체서식지 방안을 마련하겠다. 모든 생물에 대해서일까요? 아닙니다. 일부 공사계획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귀한 몸들만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공사를 멈추기 위해 귀한 이름들을 찾아냈지만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수많은 국민들의 청원과 눈물과 발언에 꼼짝하지 않던 제주도가 팔색조라고 하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이름 단 하나로 공사를 멈추었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제주도정보다 이 보호종을 관리하는 부서가 상위구조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시민으로서 배신감을 느낍니다. 아 그렇다면 시민들의 목소리가 새의 이름 하나보다 힘이 없다는 말인가 싶습니다.
작년 팔월 전국민의 저지로 멈췄던 공사는 지난 3월 재개되었습니다. 비자림로 시민모니터링단이 추위와 습기를 견디며 활동한 지도 오늘로 이미 70일이 넘습니다. 그 사이 비자림로 숲속 생명들은 번식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이 번식기에 숲속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이 지역에서의 멸종을 초래고 말 것입니다. 그렇게 조금씩 수많은 종이 지구에서 사라져왔다고 경고하는 목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생명제를 마구 죽이는 이 시대착오적 개발주의에 통탄합니다. 환경과의 공존을 주요하게 여기는 이 시대에 그런 악행을 저지르고도 일절의 사과도 없는 정책에 대한 책임은 우리에게도 있을 것입니다.
지난 비자림로 벌목을 발견하고 알리며 이에 대한 윤리적 호소를 하려고 제주의 환경단체들에 물었습니다. 우리 제주에 환경선언문이 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이 베어진 나무 곁에서 떠날 수 없으니 뭐라도 써두어야겠다 물었을 때 답은 ‘없다’였습니다. 환경선언문 하나 없는 제주에서 그리고 이 공사가 시작되는 마을 주민으로서 뭐라도 하는 심정으로 쓴 글입니다.
<제주환경선언문>
제주도는 더 이상 관광의 섬이 아닙니다.
제주도의 땅은 부동산이 아닙니다.
제주의 바다는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제주에 남아있는 아름다운 자연은
개발할 자원이 아니라
지켜야 할 삶의 터전이 아닌가요?
나와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여기는
양심과 역사에 우리 이름으로 남을 거에요.
사랑이 이기고 평화가 남아야 부끄럽지 않을 텐데
미안합니다.
-2018 년 8 월 4 일 비자림로 벌목현장에서 부끄러워서 씁니다 -
지금 숲은 어린 생명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봄입니다. 더 이상 슬픈 봄으로 기록되지 않으려면 잊지 말고 기억해 주세요. 그린벨트 운동으로 흑인여성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왕가리마타이는 환경운동이 인권운동인 동시에 평화운동임을 보여주었습니다. 환경이 파괴되어 살아가던 생명들이 죽는다는 것은, 그렇게 사라져버린다는 것은, 생명의 연결고리에 이어진 인간의 죽음과 멸종을 초래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숲에서 들려오는 어린 생명들이 제 이름을 부르며 웁니다. ‘여기 사람이 살고 있다’는 말보다 절대 가볍지 않습니다. 2.94km의 도로공사 구간 중 남은 것은 벌목 예정된 80여 미터뿐이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숲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제주도 송당이라고 하는 장대한 오름의 군락 사이로 길을 내며 길가로 심은 삼나무 조림지 따위는 쓸모 없으니 베어도 된다고 하지 마십시오. 이 곳은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할 천혜의 자연환경입니다.
비자림로 구간을 잃어버리면 다음은 제2공항으로 가는 금백조로입니다. 오름과 굴과 샘과 철새도래지와 마을이 삼나무처럼 베어질 때 우리가 무슨 할 말이 남아있을 수 있겠어요. 더 이상 베지 마세요. 우리가 사랑하는 숲입니다. 나는 베어지는 나무 한 그루와 같습니다. 제주도는 보전대책 마련 후 공사를 전면 재개할 것이라 발표했습니다.
도와주세요.
숲의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이나 같습니다.
비자림로에서 마음으로 이어진 많은 분들께 편지 보냅니다.
[ 제주투쟁 소식 ]
비자림 숲속 생명들이 번식기를 맞았습니다
김키미(비자림로 시민모니터링단)
제주 난개발의 상징이 된 비자림로 도로확장공사 구간에서 시민들은 천연기념물과 멸종 위기 야생동물의 서식을 확인해가고 있습니다. 이 도로공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기존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던 종들입니다. 공사구간 안에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것이 밝혀지면 환경부에서는 서식지와 종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고, 천연기념물을 발견하면 문화재청이 서식지와 종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시민들은 제주도보다 상위 구조인 이 두 곳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 결과, 영산강 유역 환경청의 공사 전면중지 조치로 6월 28일까지 숲에서 벌목이 중지되었고 일급수임에도 얇은 줄 하나 치고서 매립공사를 하던 천미천 제2대천교 공사 역시 중지되었습니다.
이 시간 동안 우리는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서식과 산란을 증명해야 합니다.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시민이 어떻게 이런 발견을 해낼 수 있을지, 그렇다면 제주도와 전문가들은 왜 침묵하고 있는지, 미온한 태도에 대해 암묵적 합의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사 나오셨던 양심적 조류학자분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우리 전문가들이 서식을 찾아낼 수 있더라도 상부에서 어떤 조치가 취해질지 장담할 수 없으니 시민들 스스로 찾아야 할 것이다. 담당부서에서 내려온 말은 발견 시 보호조치와 대체서식지 방안을 마련하겠다. 모든 생물에 대해서일까요? 아닙니다. 일부 공사계획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귀한 몸들만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공사를 멈추기 위해 귀한 이름들을 찾아냈지만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수많은 국민들의 청원과 눈물과 발언에 꼼짝하지 않던 제주도가 팔색조라고 하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이름 단 하나로 공사를 멈추었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제주도정보다 이 보호종을 관리하는 부서가 상위구조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시민으로서 배신감을 느낍니다. 아 그렇다면 시민들의 목소리가 새의 이름 하나보다 힘이 없다는 말인가 싶습니다.
작년 팔월 전국민의 저지로 멈췄던 공사는 지난 3월 재개되었습니다. 비자림로 시민모니터링단이 추위와 습기를 견디며 활동한 지도 오늘로 이미 70일이 넘습니다. 그 사이 비자림로 숲속 생명들은 번식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이 번식기에 숲속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이 지역에서의 멸종을 초래고 말 것입니다. 그렇게 조금씩 수많은 종이 지구에서 사라져왔다고 경고하는 목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생명제를 마구 죽이는 이 시대착오적 개발주의에 통탄합니다. 환경과의 공존을 주요하게 여기는 이 시대에 그런 악행을 저지르고도 일절의 사과도 없는 정책에 대한 책임은 우리에게도 있을 것입니다.
지난 비자림로 벌목을 발견하고 알리며 이에 대한 윤리적 호소를 하려고 제주의 환경단체들에 물었습니다. 우리 제주에 환경선언문이 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이 베어진 나무 곁에서 떠날 수 없으니 뭐라도 써두어야겠다 물었을 때 답은 ‘없다’였습니다. 환경선언문 하나 없는 제주에서 그리고 이 공사가 시작되는 마을 주민으로서 뭐라도 하는 심정으로 쓴 글입니다.
지금 숲은 어린 생명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봄입니다. 더 이상 슬픈 봄으로 기록되지 않으려면 잊지 말고 기억해 주세요. 그린벨트 운동으로 흑인여성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왕가리마타이는 환경운동이 인권운동인 동시에 평화운동임을 보여주었습니다. 환경이 파괴되어 살아가던 생명들이 죽는다는 것은, 그렇게 사라져버린다는 것은, 생명의 연결고리에 이어진 인간의 죽음과 멸종을 초래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숲에서 들려오는 어린 생명들이 제 이름을 부르며 웁니다. ‘여기 사람이 살고 있다’는 말보다 절대 가볍지 않습니다. 2.94km의 도로공사 구간 중 남은 것은 벌목 예정된 80여 미터뿐이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숲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제주도 송당이라고 하는 장대한 오름의 군락 사이로 길을 내며 길가로 심은 삼나무 조림지 따위는 쓸모 없으니 베어도 된다고 하지 마십시오. 이 곳은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할 천혜의 자연환경입니다.
비자림로 구간을 잃어버리면 다음은 제2공항으로 가는 금백조로입니다. 오름과 굴과 샘과 철새도래지와 마을이 삼나무처럼 베어질 때 우리가 무슨 할 말이 남아있을 수 있겠어요. 더 이상 베지 마세요. 우리가 사랑하는 숲입니다. 나는 베어지는 나무 한 그루와 같습니다. 제주도는 보전대책 마련 후 공사를 전면 재개할 것이라 발표했습니다.
도와주세요.
숲의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이나 같습니다.
비자림로에서 마음으로 이어진 많은 분들께 편지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