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2024.07 | 밥통 119호

19.06 | 59호현장돋보기 | 또 언제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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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돋보기 ]


또 언제 와요?

-성주 소성리와 구미 아사히 출동 소식

손지후(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 연대매니저) 


5월 스승의 날을 앞두고 시대의 스승을 찾아 밥통의 노란 밥차 시동을 걸고 싶었어요. 뜻을 함께 하는 동무들과 큰 맘 먹고 점심-저녁으로 이어지는 밥연대 출동 계획을 세우게 됐답니다. 


사드배치를 반대하며 한 주도 빠짐없이 217차까지 수요집회를 진행하고 있는 성주 소성리마을로 향했지요. 탈핵퍼레이드에서 만난 부녀회장님이 반갑게 안아주시며 해맑은 음성으로 “또 언제 와요?” 말씀하시는데 어찌 걸음을 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마이크를 잡고 존재를 드러내는 사람들이 빛나는 건 마주 보고 자리를 늘 채워주시는 집회 참여자들의 애씀이 있기 때문이라 믿습니다. 


소성리마을을 처음 찾았던 지난 2017년 봄날이었는데요. 마을회관 앞에서 이른 아침에 의자에 앉아 피켓을 들고 계신 백광순 할머니를 만났어요. 누구 하나 보는 사람, 지나가는 사람도 없는 시간임에도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꼿꼿하게 피켓팅을 하시며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며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열망이 바로 이러한 겹겹의 시간들이 포개져 만들어지는 것이라 느꼈어요. 저는 그 날, 그 장면에서 시대의 스승을 접했고 그러한 태도를 배워 몸에 익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성리마을을 지키는 할매들이 버티고 있는 한, 사드는 반드시 뽑혀서 미국으로 돌아갈 것이고 이 땅에는 오직 평화만이 심어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제육덮밥과 오이냉국, 후식으로 준비한 산양요구르트까지 어울려 점심을 맛나게 나누고 구미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천막농성장으로 향했어요. 5/15은 조합원들에게 중요한 날이었어요. 공장 현장검증과 재판이 있었거든요. 공장을 둘러보고 나오면서, 재판을 진행하며 드는 감정들을 추스르고 함께 나누는 자리에 밥통이 꼭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농성장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중문화제 저녁 밥연대를 준비했지요. 


아사히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음 노동조합을 만들 때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힘으로 노동권을 제대로 쟁취해보자 뜻을 모았는데요. 노동조합 만들고 바로 해고가 되는 바람에 복직투쟁을 하고 있고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가 드러나 정규직으로 복직이 되어야 하는 전선에 서 있어요. 그런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의 투쟁정신은 단지 정규직으로 공장에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을 처음 만들었을 당시에 품었던 비정규직 노동권 쟁취 투쟁의 방향을 잊지 않고 싸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사히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늘 당당하고 반듯한 기풍을 보여줍니다. 저는 바로 이것이 노동자의 스승이 되는 자세와 태도라 생각합니다. 당장 목전의 이익에 흔들리는 것이 사람의 마음일진대 전체 조합원이 똘똘 뭉쳐 단 한 명의 낙오 없이 단일대오를 만들고 있다는 것은 평소 민주적 논의 과정과 실천의지가 담보될 때만이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수요집중문화제에 오신 분들과 함께 나눌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소성리마을에서 차를 대절해서 주민들이 연대하러 등장하셔서 깜짝 놀랐어요. 마을에서 점심 밥연대를 마치고 구미 아사히비정규직지회로 저녁 준비하러 간다고 말씀을 드렸었는데 밥차가 다녀간 후에 부녀회장님께서 “연대하러 고맙게 와줬는데 우리도 연대로 갚아야 하지 않겠나.” 주민들을 움직여 오신 거였어요. 주고 받는 마음으로 연결될수록 강해지는 연대의 힘을 느낄 수 있었고 감동으로 차오르는 시간이었습니다. 


사드가 뽑힐 때까지 남은 평생을 싸우겠다 하시니 반드시 이기는 싸움이 될 것입니다. 공장으로 돌아가서라도 노동조합을 만들었을 때의 첫 마음 그대로 싸움을 만들어갈 것이기에 아사히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끝이 없을 것임을 믿습니다. 시대의 스승들과 밥으로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인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세상을 평화와 평등으로 나아가게 하는 길에 스승들이 머무는 자리마다 밥통의 노란 밥차도 함께 하겠다는 다짐을 새깁니다.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이 만들어가는 밥연대를 믿고 응원하고 동참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깊은 고마움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사진, 신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