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2024.03 | 밥통 115호

19.08 | 61호밥통 칼럼 | 밥통부엌 마련에 밥숟가락을 모아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드립니다/한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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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통 칼럼 ]


밥통부엌 마련에

밥숟가락을 모아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한광주(밥통 이사장)



 고마운 마음으로 충만한 7월이었습니다.

밥통의 새 공간 ‘밥통부엌’ 마련 밥숟가락 기금 모금에 마음을 모아주신 분들께 두 손 모아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2014년 출발한 밥통은 그 동안 이렇다 할 전용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채 활동을 해왔습니다. 여러 밥알단의 공동작업이나 대량의 설거지를 할 공간이 필요할 때는 과천중등무지개학교 부엌을 빌려서 사용했고, 냉장고 등 집기 보관 역시 과천중등무지개학교 내 공지에 있는 가건물 한켠을 허락받아 사용했습니다. 밥통의 재정이 새 공간을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도 하려니와, 밥으로 연대하는 일 이외의 일에는 그리 힘을 내지 않았던 터라 전용공간 마련은 늘 막연한 일로 남아있었습니다.  

밥통의 이런 노마드 생활도 더 이상 지속하기에 어려운 지점에 다다랐습니다. 중등무지개학교 사정상 공간을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려워 당장에 냉장고며 집기 등을 옮겨 놓을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이참에 밥통 부엌을 만들자는 의견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밥통 부엌’을 만들기 위해서 몇 가지 요건이 필요했습니다.

  1. 경기도 내에 주소지를 둘 것
  2. 보증금과 월세가 비싸지 않을 것
  3. 주차 공간이 확보되어야 할 것
  4. 전철역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
  5. 밥통 출동 준비와 설거지가 가능한 곳


1번 항과 2번 항은 크게 어긋날 일은 아니지만, 2번 항과 나머지 3,4번 항은 병치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문제는 2번 항으로 보증금과 월세가 비싸지 않은 곳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주차도 되어야 하고 역세권이어야 하는, 어찌 보면 모순된 과제를 들고 ‘쾌도난마’를 구해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일단은 발품을 팔기로 하고 인덕원역부터 평촌역까지 주변에 싸게 나온 곳을 하나하나 살펴보았습니다. 상가든 연립이든 일단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살펴보기로 하였습니다. 예상대로 위의 다섯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곳은 없었습니다. 주차장이 없는 골목에 위치해 있거나, 수도꼭지는 있는데 물이 안 나오거나, 물은 나오는데 하수 시설이 없거나, 가장자리에 근원을 알 수 없는 물이 고여있거나, 너무 비좁아 냉장고 하나 두면 설거지할 공간도 없거나 등등 가는 곳마다 한숨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을 동행해 준 이경숙 공인중개사와 그나마 개중 나은 곳을 추리다 보니 하나 잡히는 곳이 있었습니다. 평촌역 인근 부영아파트 상가 지하. 우리가 애초에 정한 예산을 웃도는 가격이기는 했지만 일단 가보기로 했습니다. 바닥이며 수도 가스 등 시설 내부 상태는 열악했지만 위의 다섯 가지 조건이 어느 정도 충족되는 공간이었습니다. 밥통의 취지에 공감하는 공인중개사의 도움으로 보증금과 월세를 재조정해 당초 예산과 그리 많이 차이나지 않는 가격에 계약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문제는 이 공간을 어떻게 우리 ‘밥통부엌’으로 만드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단은 보증금과 이사비용, 싱크대 등 몇몇 집기 구입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회의와 회의 끝에 ‘밥통부엌’ 마련을 위한 ‘밥숟가락 기금’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그렇잖아도 여러 후원인분들께서 보내주시는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마당에 식재료가 아닌 용도로 특별기금을 청한다는 것은 밥통이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일로, 정말 다른 방법이 있다면 피해가고 싶을 정도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기금 모금에 참여해 주시는 분들의 이름을 ‘밥통부엌’에 걸어놓고 그분들의 마음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결의도 하였습니다. 

 

페이스북과 단톡 등을 통해 밥숟가락 기금 모금 공지를 한 첫날부터 정말 많은 분들이 ‘밥숟가락’이라는 문구가 붙은 기금을 보내주셨습니다. 이전부터 매달 후원해 주시는 분들, 밥차 출동에서 만난 분들, 평소 밥차를 응원해주시는 분들께서 마음을 전해주셨습니다. 다른 후원금과 구분하기 위해 보내주시는 분 이름 뒤에 ‘밥숟가락’이라는 단어를 첨하여 보내주십사 말씀드렸는데 막상 이름은 안 쓰시고 없이 ‘밥숟가락’이라는 말만 써서 보내신 분이 두 분이나 되었습니다. 어느 분의 마음이신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논산에 사는 어떤 후원인은 직장동료들에게 모금을 권유해 ‘논산’이라는 이름으로 밥숟가락 기금이 들어왔는가 하면, 충주에 사는 어떤 농부는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만든 블루베리잼을 내놓고 밥숟가락 기금을 내는 분에게 보내주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고맙고 벅찬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따금씩 소심함으로 쪼그라드는 마음이 고개를 들 때도 있었습니다.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활동비로 생활하는 걸 뻔히 아는 활동가의 이름을 통장에서 발견하고는 ‘에고, 돈이 어디 있다고...’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괜히 시작한 일은 아닐까, 그간 밥통이 연대한 현장에서 밥을 드신 분들께 의무감으로 보내신 것은 아닐까, 마음을 쓸어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밥숟가락을 얹어주신 분들의 한분한분의 마음을 가늠해보기도 하였습니다. 어차피 공개되어야 할 일이기에 말씀드리자면, 이번 모금에는 총 190분이 13,601,600원을 보내주셨습니다. 


<밥통부엌 마련 밥숟가락 기금을 보내주신 분들>

오민우  서안나  김경호  이영임  이경숙  정상천  신디  송삼례  김종민  배태선  홍정익  논산박성배  박호준  

조영재  차승아   박경아   박임당  조선   곽빛나   김종임   정순교   김일규   이상희  응원합니다   신지예   

추윤정  유희상  김지숙  박경열  송연욱  김선  엉겅퀴  임준연  박지원  고은형  이랑정  김자유  류상현  

이용승  박성준  노귀연  주하이한승  인동준  정옥희  박성율  서용하  신태섭  박성현,박진아  최원  김정봉 

천호균  배문정  기윤수  김애숙루치아  이상희  김혜경  김정은  조준기  밥숟가락  계동(공사넷)  박지현 

정성환  윤종철  지봉규  반올림  이현우  김미경  밥숟가락  최지은  장진우  여민희  최애란  유검우  이영호 

한영실  문지혜  경미경  김수정  김정환  조은숙  최성원  김규미  안소정  김미숙,임정현  김현  이현아  

이순규  오연숙  곽인숙  나야장애인권교육  박애경  황용운  유명종  박철균  임정진  엘리  정연아  성낙진 

채훈병  가현숙  김수영  논산  조한종  김상국  강석윤  박미경  이경  논산시청임지연  감영희  김정아  

이주홍  보노보노  윤희정  논산시청허정탁  한병석  이상선  소용희  강부덕  성미선  김성래오상일  기병문  

김계원 김명숙  홍천  남선진  변희원  우정현  박정연  서경숙  홍정미  최정희  세종호텔노조  문주영  

고수정  김인희 이태영  김은석  김영준  김영희  차현숙  김도현  장노현  조정  줌마리봉스  이유진  하승우  

임미리  임송천 김석균  김혜미  이상범  이선미  장현호  문애린  공순주  진명  천병룡  허승규  김학수  

이상임  김명학 용산참사진상규명위  백종원  시이석  강경식  풀잎  민영  민구  전장연수리야  임학배  

현진우  김진  방영희  최주영  박근태  꺄아아  김태령  박성환  박함빛  데모당  학습지노조재능지부  이강수  

허지희  강수정  숲이아  봄봄  최원  최종태  명인  이희태  한광주    

 

막상 공간을 계약하기는 했지만 열악한 이 공간을 어디서부터 손을 대서 밥통부엌으로 만들어야 할지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이때 나타나 주신 안광일님은 가장 먼저 달려와 전체적인 점검을 통해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셨습니다. 우선 페인트칠을 할 수 있도록 이런저런 일을 도모해 주셨고 이를 기준으로 청소 일자를 잡고 이후 일정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일에 돈을 들이자면 한도 끝도 없는 일, 어떻게 하면 돈을 아껴가며 원하는 공간을 만들어갈지 고민하던 중에 집행위원인 이기철님이 당장에 안 쓰는 에어컨이 있다면서 선뜻 내주시어 이 폭염에 냉방을 가능하게 해 주었습니다. 참으로 더웠던 이사 당일에 차가운 생수와 박카스를 들고 와서 찌그러진 현관문 샤시를 펴주신 박호준님의 마음도 기억합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그러하듯 ‘공간’은 그 주체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이겠지요. 물리적 공간은 우리가 선택하는 일에 맥락을 제공하고 또 다른 일을 가능하게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밥통부엌’ 이후의 밥통은, 우리가 꿈꾸는 다른 세상에 관해 더 많은 분들과 더 많은 고민을 하고 그 고민을 잘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밥통에 이웃도 생겼습니다. 밥통 부엌에서 첫 출동을 하던 7월 30일, 밥통의 노란 밥차를 처음 보신 이웃 상가 분들은 참으로 생소해 하는 시선을 보내시기도 하고 또 어떤 분들은 어딜 다녀오느냐, 뭐하는 곳인지를 물어오셨습니다. 그분들에게 밥통과 밥통이 하는 일에 대해서 간단하게 말씀은 드렸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입니다. 아직 공통의 언어를 잘 나누어 가지지 못한 것은 아닐지, 우리 밥통이 꿈꾸는 다른 세상은 무엇이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어떻게 하면 잘 말씀드릴 수 있을지도 고민해 보아야겠습니다.  


당장은 좀 어렵겠지만 유리문에 선팅도 하고 내부 집기와 벽면 등의 작업이 어느 정도 정리 되는 대로 밥숟가락을 얹어주신 분들과 밥통 부엌에서 둘러앉아 따뜻한 밥 한 그릇 나누며 고마운 인사를 전하려 합니다. 우리가 꿈꾸는 다른 세상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며 말이지요. 그 때 부디 마다 마시고 함께 해주시기를 청해 올립니다.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2019. 8. 1.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 

이사장 한광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