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2024.03 | 밥통 115호

19.12 | 65호밥통 칼럼 | ‘권력’에 저항하는 ‘신체’를 보위하는 연대의 밥/한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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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통 칼럼]


‘권력’에 저항하는 ‘신체’를 보위하는 연대의 밥

한광주(밥통 이사장)



어느덧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에 접어들었습니다.

2019년에도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은 전국의 투쟁 현장을 찾아가 따뜻한 밥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이렇게 연대할 수 있었던 것은 함께해 주시는 밥알단분들, 후원자분들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함께한 모든 분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올해 들어 밥통에는 몇 가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은 밥통의 업무 공간인 ‘밥통부엌’을 마련한 일입니다. 그 동안 일정한 공간 없이 음식 준비와 뒷정리를 해야 했던 출동과정이, 부엌을 마련함으로써 많이 달라졌습니다. 아직은 미비한 공간이지만 밥통부엌에서 반찬도 하고 김치도 담그며 출동 준비를 하고, 출동 후에는 설거지도 하고, 가끔은 회의도 하면서 공간을 정비해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공간에서 밥알단, 후원자분들과 차 한잔을 앞에 두고 우리가 원하는 다른 세상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밥통부엌은 곳곳의 농부 밥알단이 올려주시는 후원 식재료를 받아 연대의 장으로 연결하는 환승정류장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형냉장고가 하나 있으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내년에는 어찌어찌 방법을 찾아서라도 마련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다음으로는 지난 4년 동안 애써주신 손지후 매니저가 사임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현재 출동 등에 관한 역할은 여러 밥알단과 나누어 하고 있습니다. 반찬을 만들어 주시는가 하면 현장에서 요리를 맡아주시고 또 밥차 운전을 나서서 해주시는 등 많은 밥알단이 있어 가능한 일입니다. 후임 매니저를 급하게 선발하지 않는 것은, 밥통부엌이 마련된 만큼 공간 관리 등 밥통의 업무에 변화가 따르게 되었고, 이에 따라 밥통의 역할과 매니저의 업무 등에 관해 여러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 논의할 시간을 갖기 위함입니다. 현재 함께 활동하는 밥알단 분들과 기회가 닿는 대로 이런저런 논의를 하고 있고 이러한 논의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또 고민을 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밥통 활동이 밥을 해내는 일에 머물지 않고 그 과정애서 보다 많은 연대가 가능하도록, 그리하여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늦어도 다음 총회까지는 안정된 업무시스템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물론 그 사이에도 투쟁 현장에 출동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세 번째로, 밥통의 밥차 내부를 대대적으로 보수하였습니다. 바닥도 새로 깔고 묵은 때도 씻어내고 낡은 가스 줄도 교체하는 등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밥차 본연의 임무를 다할 수 있도록 손을 보았습니다. 지난 2014년 이래 별다른 투정 없이 전국의 투쟁 현장으로 달려가 준 밥차도 연대의 주인공임을 확인하며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어떤 사람 말에 의하면, ‘권력’은 ‘신체’를 지배한다지요. 권력이 있는 몸은 할 수 있는 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일도 많은 반면, 권력이 없는 몸은 할 수 없는 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많습니다. 자신의 몸을 위태로운 곳에 가두고 한뎃잠을 자며 저항하는 일은, 권력이 의도하는 반대 방향으로 자신을 내던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신체를 함께 보위하며 따뜻한 밥 한끼로 힘을 실어주는 일, 바로 우리 밥통이 해야 하는 연대가 되겠지요. 

밥통이 존재하는 이유는, 투쟁의 현장이 있고, 그곳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있고, 그분들에게 밥으로 연대하고자 하는 마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밥 연대에 보다 많은 분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연대의 장을 만들어가는 일, 그리하여 함께 꾸는 다른 세상의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일을 우리는, 지금, 함께 하고 있습니다. 


밥통과 함께 해오신 소중한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인사드립니다. 

한 해 잘 마무리하시고 새해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

이사장 한광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