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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 | 밥통 97호

2020.09 | 73호밥알단연대기 | 무뎌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 신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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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알단 연대기 ]


무뎌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신태섭(밥통 이사)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지는 것이 있다면 칼날이다.

밥통 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식칼도 6년 차를 맞으며 무뎌진 칼날이 눈에 띈다. 

국에 넣은 파 조각이 서로 붙어 있다는 건 칼이 잘 안 든다는 말이다. 실제로 출동 현장에서 파를 썰던 밥알단으로부터 칼이 잘 안 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내 취미 중 하나는 목공이다. 

내 목공 작업에 꼭 필요한 도구를 들자면 끌과 대패날인데, 이것들을 더 빛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숫돌이다. 


때마침 밥통의 식칼을 갈아야겠다는 한광주 이사님의 말을 듣고, 내가 밥통부엌으로 가서 싹~ 갈겠노라 자원했다. 자칫 어설픈 칼갈이로 갈았다가는 칼날이 더 휘어지거나 거칠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때마침 휴가가 다가오는지라, 밥알단 활동으로 휴가의 하루를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칼이 안 들면 손에 힘이 들어가고, 그 힘이 자칫 조절이 안 되거나 방향을 잘못 잡으면 손을 베이기 십상이다. 손을 베는 것은 잘 드는 칼이 아니라 무딘 칼날이다. 우리 사회에서 약자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것도 무딘 감수성으로 무심코 던지는 말 한 마디이듯이. 


 


밥통의 식칼은 모두 네 개, 하나하나 상태를 확인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입도(숫돌의 거칠기 정도) 400방 다이아몬드 숫돌에 초벌 갈이를 한 후에 800방 숫돌로 정교하게 갈아주었다. 이 과정에서 칼과 숫돌의 각도를 15도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칼갈이가 손이 익지 않은 사람이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각도를 일관되게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각도로 일정한 속도를 내면서 갈다 보니, 칼날의 벼림이 맘에 들 정도가 되었다. 좋다. 투쟁 현장에 나갈 음식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식칼이 준비되었다. 


무뎌져서는 안 된다.

단지 칼날뿐만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도, 이에 대응할 힘도 무뎌져서는 안 된다.  

투쟁 현장에 밥으로 연대하는 밥통의 칼날은 늘 그 벼림을 유지하며 세상과 만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