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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 | 밥통 99호

2020.09 | 73호여기 사람이 있다 | 내 아들을 왜 죽였는지 꼭 알고 싶습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외치며 청와대 앞에 선 경빈 엄마 전인숙 님 / 류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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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사람이 있다 ]


내 아들을 왜 죽였는지 꼭 알고 싶습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외치며 청와대 앞에 선 경빈 엄마 전인숙 님 

구술 정리 / 류승아(밥통 편집위원)



“저는 단원고 임경빈 엄마입니다. 내 아들을 왜 죽였는지 꼭 알고 싶습니다. 

억울하고 분통해서 절대로 용서 못 하겠습니다. 

살인 지시를 한 자, 지시를 따른 자 모두 살인자입니다. 

대통령의 이름으로 살인자를 찾아내라고 명령해주세요!!”

2019년 11월 13일부터 청와대 앞 300일째 (2020년 9월 7일 기준)


아침에 눈을 뜨면 뉴스를 봅니다. 씻고 밥을 먹은 뒤 약을 먹어요. 나이가 드니 약 먹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렸어요. 간단히 집안일을 하고 집을 나옵니다. 늘 그렇듯 청와대로 향합니다. 월요일에서 금요일, 12시부터 2시까지 분수대 앞에서 피켓을 듭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기 전에는 피케팅을 마치고 함께 해주신 분들과 점심을 먹었는데 요즘은 점심시간을 없앴어요. 집으로 돌아와 너무 배가 고프면 빵이나 시리얼을 먹기도 해요. 경빈이 아빠와 함께 저녁을 먹고 나면 일기를 쓰듯 페이스북에 피케팅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이렇게 300일을 지나왔어요.


가끔 아이 방을 둘러봅니다. 경빈이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거나 드럼 치는 것을 좋아했어요. 운동을 좋아해 태권도장에 오래 다녔어요. 공부도 잘했던 경빈이는 밝고 긍정적인 성격 덕에 친구들이 많았어요. 특히 남자친구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즈음에는 운전면허증도 따고 싶어했고 군대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어요. 하고 싶은 일이 엄청 많아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였어요. 내가 아프다 하면 손도 잡아주고 일도 잘 도와주었어요. 사람을 좋아하고 정이 많아 친척까지도 잘 챙기는 착한 아이였어요. 제가 어린 시절에 형제가 많고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못 입고 못 먹고 자라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해 달라는 것 다 해주고 싶었어요. 수학여행 다녀와서 새롭게 시작하기로 했던 일들도 있었는데….


경빈이요? 정말 많이 보고 싶어요. 하지만 보고 싶다는 말을 입밖으로 꺼낼 수 없어 목구멍으로 삼키고 말아요. 지금 제가 외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진상규명이죠. 국가는 왜 구하지 않았는지, 오히려 잘못된 방송으로 탈출을 막고 304명의 소중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갔는지 반드시 밝혀야 합니다.


임 경 빈… 늘 생각하고 있어요. 친구를 원체 좋아하는 아이여서 친구들과 어울려 있다가도 내가 피케팅 가려고 집을 나서면 저와 함께해요. 간담회가 있던 어느 날 몸이 무척 아팠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약을 먹고 억지로 집을 나섰어요. 지하철에 앉아 저도 모르게 스르르 눈이 감겼는데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 들었어요. 경빈이가 제 손을 잡은 채 무릎을 베고 누워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마치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늘 함께 다니고 있어요. 진상규명될 때까지 엄마 곁에 있을게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그 뒤로는 든든하게 다녀요.


아이를 그렇게 떠나보낸 것… 어떻게 말로 다 하겠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나비가 된 것보다 더 가슴 아픈 일은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상황을 곡해하고 우리 아이들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사람들의 ‘말’이에요. ‘못 사는 동네에서 왜 굳이 수학여행을 제주도까지 갔냐.’, ‘못 사는 집 아이들이니 수영을 못 배워 배 안에서 꼼짝없이 죽었을 거다.’ 이런 이야기들이요. 수학여행은 엄연한 교과과정이지만 놀러 가다 죽었다는 표현을 참 많이도 보고 들었습니다.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우리 아이들의 명예를 반드시 회복해야 합니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조금 더 힘이 들어요. 광화문과 청와대 나눠서 진행했던 반별 피케팅은 지난주로 끝이 났지만 저와 많은 유가족이 여전히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피켓을 듭니다. 처음처럼 많은 시민분들도 함께 해주고 계십니다. 날마다 나오시는 분도 계시고, 요일별로 나오기도 하시죠. 많은 힘이 됩니다. 요즘은 코로나가 유행하고 있으니 기침이 나도 주위를 둘러보게 되고, 많이 부담스러워요. 남에게 피해를 줄까 봐 봄부터 지금까지 쭉 KF94 마스크를 끼고 있어요. 


지난해 검찰이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을 꾸린다며 언론에서 크게 떠들었죠. 하지만 진상규명을 위한 의지를 읽을 수 없어요. 또 검찰은 국정원과 기무사를 수사할 수 없어요. 국회까지 포함해 모두 조사하려면 청와대가 나서줘야 합니다. 그래서 피켓을 들게 되었어요. 1년을 향해 가고 있지만, 여전히 아무런 답이 없고 똑같아요. 시간만 끌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이대로 아무런 결과 없이 끝나버리지는 않을까 불안하고 답답하니 하루하루가 더 힘이 듭니다.


세월호참사 관련 책임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직권남용,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공소시효가 8개월도 남지 않았어요. 2021년 4월 16일 이후에는 살인죄만 물을 수 있어요. 살인죄를 적용할 수 없는 많은 부분에서 책임자는 벌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죠. 지금까지 아무것도 진상규명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소시효가 이대로 끝나버린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워요. 다행히 지금 국회에는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사회적 참사의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어요. 세월호 유가족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법안이 꼭 통과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하루빨리 처리되어 진상규명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 주면 좋겠습니다.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지 6년이 넘었고 청와대 앞에서 피케팅을 시작한 지 열 달이 되었지만 익숙해질 법한 마음은 여전히 처음 같습니다. 사고가 났을 때 함께 아파하며 울어주던 지인들 가운데에는 유가족이 돈 때문에 싸운다는 둥 사실이 아닌 소문을 듣고는 상처가 되는 말을 던진 사람들도 있었어요. ‘아직도 세월호냐?’ 같은 말을 들으면 같이 자식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어떻게 그런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고 상처가 되기도 해요. 청와대 앞에서는 유튜브를 찍겠다며 가까이 다가와서는 막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진실을 왜곡하는 이들은 무엇을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일까요?


시간이 길어지니 마음의 아픔이 이제는 몸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유가족들도 아픈 사람이 자꾸 나오고 있고 바쁜 시간 쪼개어 연대해 주시는 시민들 가운데도 아픈 사람이 나오니 더 속이 상해요. 하루빨리 진상규명이 되어야 활동하는 시민들도 한시름을 놓을 텐데요. 정말 국민을 피로하게 만들고 있어요. 진상규명이 되고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진다면 이렇게 힘든 시간 모두 보상받는다는 기분이 들 것 같아요.


요즘처럼 태풍 소식이 들려오면 사람들이 막 걱정을 해요. 피케팅 어떻게 나가겠냐고. 하지만 저는 겁 하나도 안 나요. 바람이 몰아치면 날아갔다 오면 되고 비도 눈도 맞으면 되니까요. 아무리 많은 눈과 비가 쏟아져도 우리를 막을 수 없어요. 아이만 보고 갑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뒤 많이 강해진 제 자신을 봅니다. 힘에 부치고 마음이 많이 고단할 때도 있어요. 그런 때마다 저는 초심을 잃지 말자 되뇝니다. 저에게 가장 큰 버팀목은 초심입니다. 아이를 떠나보내던 그때, 가슴에 묻어야만 했던 그때의 마음 말입니다.


피켓을 들며 저는 희망도 보았어요. 자신의 일상을 쪼개어 일부러 찾아와 함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보았어요. 심지어 해외에서도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많이 고맙고, 무척 힘이 되어요. 날마다 음료를 나눠주시는 커피공방, 밥통이나 밥묵차처럼 한 끼 밥으로 연대해 주시는 분들께 정말 고맙죠. 또 전교조에서는 피켓을 보관해 주고 계십니다. 너무 많이 받고 있다는 생각에 부담도 되지만, 그만큼 지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답인 것 같습니다.



지난 주부터 대통령이 방명록에 작성한 약속을 몸자보로 만들어 걸고 있어요. 청와대 앞에서 말하죠. “이 글귀 좀 나오게 찍어서 위에 보고 좀 해주세요.” 보고를 하는지 어떤지 알 수 없어요. 청와대에서는 아무런 답이 없습니다.


잊지 않으마! 

했던 약속 꼭 지킬게요.

2016. 4. 18

문 재 인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에 탑승한 승객들은 배가 기울어 바다에 빠지는 참사 현장에서 국가로부터 구조받지 못했습니다. 명백히 국가가 304명을 죽인 사건입니다. 진상이 규명되어야 합니다. 살인죄를 적용해야 합니다. 참사 피해자들의 명예는 회복되어야 합니다.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을 지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