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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 | 74호밥통칼럼 | 저항의 목소리마저 잠식하는 감염병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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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통 칼럼]


저항의 목소리마저 잠식하는 감염병 


‘감염’ ‘확진’이라는 단어가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생활에 깊숙한 곳까지 끈적끈적하게 들어와 있습니다. 아침마다 확진자 수를 확인하고, 사람이 있는 곳에 가려면 마스크부터 챙기는 것이  어느 새 익숙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투쟁 현장에 밥으로 연대하는 ‘밥통’의 출동에도 크고 작은 변화를 맞았습니다. 투쟁의 이슈가 정리되지 않은 채 아쉽게 농성을 접어야 했던 곳이 있고, 예정된 출동이 몇 시간 전에 취소된 일도 있었습니다. 밥통 역시 예전과 같은 직접대면 배식이 아닌 도시락을 만들어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해 왔습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하루 전날인 9월 29일, 밥통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주관하는 김현미 국토부장관 면담촉구 집중행동에 출동하였습니다. 연휴를 앞두고 출동을 하는 데에는 여러 상황들을 고려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1박 2일로 예정되어 있던 이 집회 참가자들이 딱히 저녁식사를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밥이 있어야 힘을 내고 그래야 잘 싸울 수 있고 그런 이유로 밥통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여러 악성 병원체에 감염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자본이라는 숙주가 차별과 억압이라는 바이러스를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이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저항의 몸짓을 보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나쁜 악성 병원체가 우리 사회에 잠식하여 자본의 논리로 사람을 억압하고 죽게 내버려두고 저항하는 사람들을 억압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집회가 어려운 이 상황이, 부당하게 권리를 빼앗긴 사람들이 더 이상 없다는 이유라면, 그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되어서였다면, 우리 밥통도 가벼운 마음으로 출동을 멈출 수 있겠지요. 

하지만 코로나 정국에서 우리에게 씌워진 마스크는, 무엇 하나 해결되지 않은 채 해결될 기미도 없이 발언권도 숨구멍도 막고 있는 형국입니다. 비행기를 청소하던 항공사 노동자가 부당해고를 당하고,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일자리가 없어지고, 약속된 보험금을 받지 못한 암환자들이 객장에서 270일째(10월 9일 기준)이 넘게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철탑 위에는 아직도 사람이 올라가 있고, 삶의 터전을 잃은 철거민이 생존권을 외치고 있습니다.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단절과 배제와 억압이라는 바이러스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등에 올라타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코로나의 정말 큰 피해는 저항의 목소리를 잠식한 데 있습니다.  

코로나 정국을 맞아 밥통의 출동 과정은 더 손이 많이 가고 고려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지만, 조급해지지는 않으려 합니다. 싸우는 사람들이 있고, 자본의 횡포가 약자의 삶을 억압하는 현실에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이유로 출동을 망설일 이유는 없습니다. 안전 수칙이라는 기본을 잘 지키고 늘 그래왔듯이 밥심이 필요한 투쟁 현장으로 달려갈 것입니다. 저항의 힘에 밥심을 더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

이사장 김수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