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 | 밥통 89호

2021.12 | 88호밥알단 연대기 | ‘밥알’이 되다 /김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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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알’이 되다



“밥 먹자!” 

이 말에 무겁던 엉덩이가 절로 벌떡 일으켜집니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 합니다. 우리는 흔한 인사말로 ‘식사하셨어요?’ ‘우리 언제 밥 한번 먹어요.’라고 합니다.

이렇게 한 끼 두 끼 먹다보면 금세 친해지게 됩니다.

밥이 가진 힘은 그저 허기를 채우는 걸 넘어 情을 선물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에서 활동하는 김윤이라고 합니다. 장판에 들어선지 3년이 살짝 넘긴 활동가입니다. 아직도 장애운동 현장에 나서면 여전히 낯설고 어리둥절하지만 낯익은 분들과 인사 나누는 것으로 현장에 와 있음을 실감합니다.


밥통 역시 집회나 행사가 있을 때 밥차가 와서 밥을 주는 고마운 차로만 알고 있던 제게 올해는 밥알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그 기회엔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올해 저희 협회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으로 함께 참여해 주시면서 알게 된 ‘밥통’의 한광주님입니다. 

그 인연이 귀했기에 밥통이 출동하면 나서겠다고 한 말이 드디어 이뤄졌습니다. 누구보다 ‘밥’엔 진심이었던 저는 이 약속을 꼭 ‘지켜야겠다’ 마음먹었던 터라 밥통차가 도착했다는 말에 후다닥 달려가 곱게 접힌 빨강색 앞치마를 둘러매었습니다. 

갑작스런 추위에 꽁꽁 언 손과 몸에 뜨끈뜨끈하게 올라오는 밥과 황태국의 김은 이미 언 몸을 녹였습니다.

예전에 친구와 제주도로 자전거 하이킹을 떠난 적이 있었습니다.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다 길가에 잠시 자전거를 세워 쉬고 있는데 어느 할아버지께서 귤을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그 달달함이 다시 오르막을 오를 힘을 주었습니다.

또 순천으로 혼자 여행을 떠났을 때도 식당의 아주머니가 계란프라이를 주시며 “예쁘다. 다 털고 가”하시며 내민 소박한 계란프라이가 고된 일상을 털어내는 힘을 주었습니다. 

‘밥’은 허기를 채워주기도 하지만 ‘힘’을 실어 주는 고마운 마음이기도 합니다. 

캄캄해진 저녁시간 밥통 차의 밝은 조명에 비춰진 모습은 한 마음으로 장애인 권리보장을 외치던 우리를 응원하고, 고된 하루를 위로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 날 뜨끈뜨끈한 황태국 한 그릇은 몸을 녹이고 제가 장판에서 활동하는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한 끼 두 끼 현장에서 함께 하다보면 처음의 서먹임이 반가움으로 물들어갈 거라 생각합니다. 


밥통은 소박한 듯 보이지만 그 안엔 많은 사랑과 정성이.. 그리고 위로가 담겨있습니다.

작은 밥알들이 모여 밥통을 가득 채우는 밥의‘힘(심)’을 만들어갈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노란 밥통 차에서 우리 다시 인사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잘 먹겠습니다”



김윤이

솔직 명쾌 통쾌하게 장애운동을 수행하는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활동가. 

어릴 때부터 검지와 중지를 펴며 ‘김윤이’를 말하는 습관이 있음. 그냥 구두로 ‘김윤이’라고 하면 ‘김윤미/희’로 알아들었던 경험 때문. 그러다 보니 누군가 비슷한 이름을 부를 때면 '날 부르나?'하며 귀를 쫑끗한다고. 

밥알단 첫날에 사진마다 웃고 있는 걸 보며 밥알단 식구가 된 것이 마냥 설렌다는 밥알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