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 | 밥통 89호

2022.01 | 89호밥통책방 |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 /한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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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

브뤼노 라투르 지음/박범순 옮김/이음




‘신기후체제의 정치’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프랑스 사회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가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쓴 일종의 경고성 대안으로 읽힌다. 


‘지구’라고 했지만 라투르가 말하는 지구는 우리가 언듯 생각하는 ‘구(球)형의 푸른 행성’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경험하는 지구’는 우리의 위아래로 불과 몇킬로미터에 해당하는 얇은 생물막으로 지구과학에서 말하는 ‘임계영역(Critical Section) ’이다. 우리는 여기에 갇혀 살아왔고, 살기 위해 스스로 적응하면서 주변을 변형시켜왔다는 전제를 이해해야 그 다음 이야기가 잘 먹힌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환경 보호’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 등의 구호가 핵심을 비껴간 ‘앙꼬 없는 찐빵’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자연 혹은 지구에 대한 라투르 특유의 관점 때문이기도 하다. 그 관점을 드러내기 위해 ‘대지’ ‘로컬’ ‘글로벌’ ‘행위자’ ‘유인자’ 등 나름의 여러 개념을 동원해 그 역학 관계를 설명하는데, 이 과정이 자칫 어렵게 다가와 라투르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데 어려움을 준다. 허나 이 어려움이란 것이 적어도 문식성 난해함은 아니기에 《밥통》 독자들께 감히 권해본다. 

 

굳이 북극곰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금은 ‘기후위기시기’이다. 지구 온도 1.5도에 애면글면하지만 정작 ‘그래서’ ‘지금’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공유는 빈곤하다. 난방 온도를 낮추고 전등 하나를 끄는 행위, 일회용품을 줄이는 노력 등을 말하지만 ‘이렇게 해서 될 일인가?’하는 뭔가 석연찮음이 남는 건 사실이다. 이에 대해 라투르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을 넙죽 받아 읽은 이유이다. 

점점 심화되는 불평등, 대규모의 규제 완화, 악몽이 되는 글로벌화로 인해 지구에 각종 위기가 엄습하는 이 시기를 라투르는 신기후체제(New Climatic Regime)라고 선언한다. 지난 50년 동안의 정치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와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문제를 전면에 핵심적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말과 함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80억 인구가 함께 살 공간이 없다는 사실, 이에 직면한 오늘날 소위 엘리트라고 하는 핵심 지배계층이 선택을 보면 알 수 있다. 뭐가 어떻게 잘못되어왔고 또 잘못되어가고 있는가를. 그들의 선택은 다른 사람이야 어찌되든 지들만을 살 수 있는 공간으로의 피신이다. 살 곳을 찾아 사생의 국경을 넘는 이주민들이 있고, 즈그들만 살겠다고 기후협약을 탈퇴한 미국이 있다. 

‘함께 나눌 공통 세계의 부재’ 앞에서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정치라고 라투르는 말한다. 공통의 지향점을 잃어버린 상황에 저항하기 위해 우리는 땅으로 내려 어딘가에 착륙해야 한다. 

어디에 착륙할 것인가? 

이 책을 읽고 차근차근 이야기 나눠볼 일이다. 



글. 한광주

웹진 《밥통》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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