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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 | 밥통 96호

2022.01 | 89호현장돋보기 | 노조파괴 5년, 아직도 병원측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류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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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파괴 5년, 아직도 병원측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민주노총 탈퇴 3단계 전략” 

“부당노동행위 의식하여 노노대립으로 진행하라” 

“수술실 3명 작업중, 오후조 병동 8명 민노 탈퇴 한철노 가입 추진중” 

세브란스병원이 청소노동자들의 노조파괴를 위해 작성한 문건에 등장하는 표현입니다. 


2016년 6월 신촌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들이 민주노총에 가입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병원 사무국장은 용역업체 경영진들을 불러서 노조파괴 공작을 공모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부터 2017년 3월까지 병원 사무국과 용역업체는 최소 15개 이상의 노조파괴 문건을 만들고 수차례의 대책회의를 하면서 노조파괴에 나섰습니다. 

용역업체 소장이 청소노동자들을 불러서 협박 회유하고 업무일지를 통해서 노조파괴 지침을 주고받았습니다. 민주노초의 출범식을 방해하기 위해 같은 시간에 간담회를 한다는 명목으로 청소노동자들을 모아놓고 문을 걸어잠근 채 퇴근을 막았습니다. 현장관리자가 총동원되어 노조 탈퇴서를 받고, 끝까지 탈퇴하지 않는 노동자들은 가장 힘든 곳으로, 유동근무로 쫓겨났습니다. 수사결과에 따르면 병원 사무국장은 노조가입을 주도한 청소노동자를 직접 만나서 퇴사를 종용하기도 했습니다. 



세브란스병원과 태가비엠 측은 부당노동행위에 항의하는 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을 업무방해, 주거침입으로 고소한 후, 관계자들이 해당 재판에 나와서 증인선서를 하고 노조파괴에 대해 아는 바도, 관여한 바도 없다고 허위진술을 했습니다. 심지어 병원측은 청소노동자들이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외쳤다고 2016년 10월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습니다. 그러나 허위진술과 명예훼손 고소 중에도 병원 및 태가비엠 측은 계속해서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세브란스병원 측이 워낙 노골적으로 노조파괴를 밀어붙였기 때문에 업무일지와 녹취록 등 명백한 부당노동행위 증거를 내면서 고소했지만 고용노동부는 수사하는 시늉을 하다가 몇 달 후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재고소를 하고 압수수색을 하기까지 2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고 다시 검찰에 송치를 하고 기소가 되기까지 2년이 더 지났습니다. 그동안 현장에서는 민주노조의 씨를 말리려는 부당노동행위와 반조합계약, 표적 징계와 폭언 등 직장내 괴롭힘이 지속되었습니다. 


2021년 3월에야 비로소 병원 사무국장, 사무팀장, 파트장과 용역업체 태가비엠의 부사장, 이사를 포함한 9명이 재판에 회부되었습니다. 첫 재판에서 병원측은 노조파괴 공모혐의를 인정했습니다. 명백한 증거들이 나왔기 때문에 도저히 부인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정작 피해당사자인 청소노동자들에게 병원 측이 보이는 태도는 그대로입니다. 

지난 9개월 동안 청소노동자들은 수차례 병원측에 공문을 보내고, 1인시위를 하고, 점심시간을 쪼개 로비에서 피케팅을 하면서 병원측에 문제해결을 촉구해 왔습니다. 수사에서 기소까지만 4년 8개월이 걸렸고 재판과정에서 병원이 저지른 노조파괴의 실체가 다 드러난 상황입니다. 민주노조 조합원에 대한 차별과 불이익 처분도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병원은 노조의 거듭된 입장 확인 및 면담 요청에도 일체 답변을 하지 않으면서 정작 노조파괴를 실행한 용역업체와는 재계약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들립니다. 결국 11월 들어 청소노동자들은 세브란스병원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농성 50일이 지난 지금도 병원 측을 만나지 못하고 해를 넘기게 되었습니다.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는 단순합니다. 검찰 수사를 통해 범죄사실이 드러난 병원 관계자들을 징계하고, 노조파괴의 손발 노릇을 한 용역업체를 내보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러한 인권침해, 직장내 괴롭힘이 재발하지 않도록 용역업체 입찰기준을 마련하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5년간 병원의 부당노동행위로 권익침해를 당한 청소노동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병원이 짓밟은 민주노조의 교섭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한다”는 병원에서 노조탈퇴를 강요받고 괴롭힘을 견디며 노동자들의 마음이 어떻게 병들어 갔는지, 또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견디다 못해 눈물 쏟으며 병원을 떠났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여전히 세브란스병원은 청소노동자들과 만날 생각도, 청소노동자를 사람으로 대접할 생각도 없어 보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청소노동자의 노동이 존중받지 못하는 곳에서 그 어떤 노동도 존중받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브란스병원이 그간의 노조파괴와 진정으로 결별할 때까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도 끝나지 않습니다. 청소노동자의 존엄을 걸고 힘차게 투쟁하겠습니다.




류한승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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