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2024.03 | 밥통 115호

20.12 | 76호여기 사람이 있다 | 지금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 합니다 /윤경희(김시연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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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람이 있다]


지금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 합니다.

(사)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

대외협력부서장 윤경희(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김시연 엄마) 


팽목항에서 넋을 잃고 아이를 기다릴 때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어느 분의 죽 한 수저였습니다. 자지도 먹지도 못하고 아이를 기다리고 있을 때 모르는 어느 분이 죽 한 수저를 입에 넣어주셨습니다. 저는 말도 못하고 고개를 저으며 싫다고 했지만 그 분은 ‘이거 먹어야 아이 기다릴 수 있어요. 아이 오기 전에 쓰러지면 아이도 못 봐. 엄마가 이렇게 기다리듯이 아이도 엄마를 기다릴 거에요.’ 고개를 돌려 그 분을 처음 보았는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계셨어요. 처음 본 그 분과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고 나서 죽을 먹었고 물도 먹었습니다. 그 후로도 그분은 이따금씩 먹을거리를 가져와 제 곁에 두고 가셨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우리들은 어느 날 갑자기 유가족이 되었습니다. 

“엄마, 아빠 잘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수학여행을 떠났던 내 아이는 작은 손에 전화기를 꼭 쥔 채 주검이 되어 저에게 돌아왔습니다. 차디찬 바닷물 속에서 발버둥 치면서도 꼭 살아서 나가 엄마에게 전화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려 했었나 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전화기를 놓지 못한 시연이를 팽목항에서 그렇게 다시 만났습니다.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지 6년하고 8개월이 지났습니다.


지난 10월 6일 시작한, 세월호참사의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위한 두 가지 국민동의청원,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건설을 등을 위한 특별법개정〉과 〈세월호참사 관련 박근혜 전대통령 기록물 공개결의〉가 10월 31일에 10만 명의 동의를 채웠습니다. 문재인정부가 세월호참사의 성역 없는 진상규명 책임자이듯 21대 국회도 세월호참사의 성역 없는 진상규명 책임자입니다.



국회는 스스로 수사권 없는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어놓고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그런 특조위가 박근혜정부에 의해 난도질당하다가 결국 강제해산 당할 때 국회는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참사의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방해한 책임이 박근혜정부 못지않게 국회에도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세 차례의 진상규명특별법 제정과정을 뼈아프게 기억합니다. 국회는 항상 수용하고 타협하며 그 결과를 피해자들로 하여금 수용하도록 강요했습니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와 10만 국민동의청원 참여시민, 국내외 4.16시민동포들은 이번에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습니다. 국회가 여타이유로 법안약화를 시도하거나 요구한다면 우리의 분노는 국회를 넘어 지난 3년 8개월 동안 약속만 거듭할 뿐이었던 문재인대통령과 청와대로 향할 것입니다. 


문재인정부는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의 책임자이자 피의자로서, 국회의 입법요구와 관계없이 대통령의 권한행사를 통해 진상규명의 약속을 이행해야 합니다. 청와대, 국정원, 군 등 정부 내 세월호참사 관련기록을 제한 없이 제출하고 새로운 수사를 책임져야 합니다.


우리는 절박합니다.


내년부터 있을 선거정국에 또 다시 입으로 오르내리며 세월호참사를 이용만하고 진상규명은 뒷전으로 치워 버릴 것이 분명히 보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 합니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엄마, 아빠들은 6년 전 국회본청 앞에서 장기간 단식농성을 했던 그때처럼, 그때의 절박함으로 다시 국회본청 앞에서 국회의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4.16진실버스로 전국의 시민 분들을 만나면서 함께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죽고 싶을 만큼 힘이 들 때 다가와 죽 한 수저 떠 먹여 주셨던 그 마음들, 저는 밥차 여러분들을 뵈면 그때 생각이 납니다. 그 마음들이 모여 우리 가족들이 지금껏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바람은 세월호참사의 온전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통해 국가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만이 함께해주시는 여러분들께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7주기까지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위해 다시 한 번 한마음으로 함께 외쳐 주십시오.


■ 문재인정부는 ‘세월호참사 7주기까지 성역 없는 진상규명’ 약속을 이행하라!

■ 문재인정부는 국정원∙군 등 세월호참사 관련 정부기록을 제한 없이 제출하라!

■ 국회는 대통령기록물 공개결의∙진상규명특별법 개정, 원안대로 의결하라!

■ 국회는 사참위가 요청한 진상규명 특검을 즉각 의결하라!!

■ 사회적참사특조위는 세월호 침몰원인∙구조방기이유를 끝까지 규명하라!

■ 사회적참사특조위는 특별법 제정 이후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위한 방안을 즉각 마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