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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 | 밥통 115호

21.07 | 83호현장돋보기 | 광화문 농성장이 던진 질문 /최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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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돋보기 ]


광화문 농성장이 던진 질문

최건희(성소수자 축복기도 이동환 목사 처벌재판 규탄과 성소수자 차별법 폐기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할 때 정직, 면직, 출교에 처한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교리와 장정 재판법 3조 8항-


 2019년 8월 31일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기도한 이동환 목사가 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감리회’)에서 재판을 받게 된 이유다. 1심 재판에서 정직 2년의 처벌을 받은 이유 역시 위에 적힌 조항 때문이다. 모든 차별에 반대하는 행동들과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는 사회적 변화가 있음에도 이를 거부하는 것을 넘어 역행하는 수준의 감리회다.


2020년 10월 15일에 있었던 경기연회 재판위원회(위원장 홍성국) 선고 재판은 이동환 목사가 성소수자를 축복한 것과 차별에 반대하는 활동을 한 것이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감리회는 이동환 목사를 정직 2년에 처하고 재판비용 704만원을 부담하게 하는 경제적 처벌까지 가했다. 그러나 이동환 목사는 재판 결과에 철저히 불복할 것을 밝히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퀴어문화축제에 찾아가 축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리회 재판은 2심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동환 목사에게는 2심 총회 재판위원회에 항소하는 방법이 남아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또 다시 700만원 이상의 항소심 비용을 감리회에 지급해야 했다. 재판 비용이 모금되어 항소심을 신청한 이동환 목사의 재판은 1심 이후 꼬박 4개월이 지나 2월 22일에 첫 항소심 공판이 열렸다. 그런데 재판부가 감염법을 지킨다는 미명 아래 비공개재판을 고수하여 이동환 목사와 변호인단과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 재판장 입구는 이동환 목사를 고발한 보수 혐오세력 단체들과 이동환 목사의 지지자들, 그리고 기자들로 붐비게 되었는데 재판부는 기자 출입에 몹시 예민하게 반응하며 공개재판 보장을 거부했다. 같은 날 오전에 재판장소와 같은 곳에서 반성소수자 성경 세미나가 열려서 30명 가량이 한 장소에 머물다 간 상황이었다. 해당 세미나에서는 거리두기조차 지켜지지 않았음에도 아무런 제지를 가하지 않았으면서 이동환 목사 재판 장소에서는 감염법을 핑계로 기자 출입을 통제한 것이다. 이로 인해 2심 공판이 허무하게 파행되었고 이동환 목사는 재판부 전원 기피 신청을 해서 다른 재판부에 배정받아 3월 26일 공판일에 출석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1심 재판 회부 과정에서 이동환 목사의 자격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조남일 목사라는 사람이 재판장으로 앉아있었다. 사회법으로 따지면 검찰도 아닌 경찰에 해당하는 자격심사위원회다. 성소수자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이동환 목사를 조사하고 검찰에 송치시킨 경찰이 버젓이 최종심의 판사로 앉아있던 꼴이었다. 조남일 목사는 현재도 감리회의 2심 재판장으로서 여러 재판을 관장하고 있는 인물인데 이동환 목사의 재판에서만 자신이 제척될까봐 두려워 스스로 재판을 거부한 상태다. 보다 큰 문제는 이동환 목사에게 더는 변경할 재판부가 없는 상황에서 책임을 져야할 조남일 목사도, 감리회 재판행정도 재판장의 공백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이동환 목사는 2심 재판에서 철저히 소외된 상황에서 수차례 공문을 발송하여 재판 속개를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확답을 줄 수 없다는 입장만을 반복했다.


바로 이 맥락에서 부당한 재판이더라도 시작한 이상 끝은 맺어야 하기 위해서라도 농성 투쟁을 전개하기로 이동환 목사는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러나 재판이 속개되어 판결이 진행된다고 해도 1심과 같은 유죄 판결이 난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질문이 들었다. 이동환 목사를 재판에 회부한 근거였던 ‘교리와장정’ 재판법 제3조 8항의 “동성애 찬성 및 동조죄”대로 처벌 받는 결론이 난다면 재판에 불복하겠다던 이동환 목사의 신념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래서 이후에도 다른 성소수자 차별조항의 피해자가 교단에서 발생하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있는가? 이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품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광화문에 지어진 천막농성장은 단순히 ‘이동환 목사의 농성장’이 아니다. 이동환 목사를 향한 감리회의 불공정한 처벌 재판(게다가 농성 전까지는 밀실 재판을 당할 위기에 놓여있었다)을 규탄하고, 동시에 성소수자와 성소수자 인권지지자들을 처벌하는 조항을 폐기하기 위한 농성장이다. 여기에서 시작하여 농성장의 구호는 더욱 더 확장될 필요가 있고 확장되는 중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쉽지는 않겠지만, 나는 이 농성장이 교회의 뿌리깊은 성소수자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토론의 장이자 ‘학교’의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감리회와 보수 개신교 혐오세력의 반퀴어 운동이 수많은 성소수자들과 앨라이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우리가 농성장에서 더 열심히 투쟁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차별의 시대의 마지막이 분명히 올 거라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광화문에서 감리회를 상대로 천막 농성하는 이곳에 더 다양하고 확장된 연대가 이루어지는 게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