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2024.03 | 밥통 115호

22.10 | 98호현장 돋보기 | 플랫폼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위한 투쟁 /김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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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위한 투쟁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의 간부조합원들이 생계를 뒤로한 체 50일 가까이 판교역 카카오 사옥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대리운전노동자들은 3일 만에 나와야 할 노조필증을 교부받기 위하여 1,000일을 싸워야 했다. 지난 2020년 7월 17일, 노조필증을 교부받고 대표적인 플랫폼기업인 카카오모빌리티에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다. 사회적 책임과 기여가 핵심가치라고 떠들던 카카오모빌리티는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는 외면하였다. 지노위와 중노위에서도 교섭을 하여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으나,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신들이 사용자인지 모르겠다며 시간 끌기로 일관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끈질기게 교섭을 요구하며 투쟁하였고 작년 10월, 카카오모빌리티는 사회적 책임이행 방안의 하나로 대리운전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하기로 하였다.   단체교섭 와중에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를 투기자본 MBK에 매각하려던 계획을 발표하였고 우리는 크루유니온과 함께 3,000만명이 가입하고 1,000명이 이용하고 있는 국민플랫폼을 투기자본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막기 위하여 매각철회와 성실교섭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에 돌입하였고 다행히 매각은 철회되었다.   


그러나 정작 카카오모빌리티는 단체교섭에서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성실교섭에 합의하면서 프로서비스 제도와 관련 폐지를 포함한 개선방안을 최우선 과제로 다루기로 약속하였다. 그런데 1년이 넘도록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카카오는 대리운전 시장에 진입하면서 20%의 과도한 수수료를 받는 대신 어떠한 비용도 대리운전기사에 부담시키지 않겠다고 사회적 약속을 하였음에도 그 약속을 저버리고 프로서비스라는 명복으로 월 22,000원의 프로그램비를 일방적으로 대리운전기사에게 부담시켰다. 프로서비스는 현장의 기사들이 배차를 받는데 우선권을 주는 것인데 이를 돈 받고 판 것이다. 플랫폼노동자들은 일하는 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기에 가족의 생계를 위하여 대리운전기사들은 생존을 건 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자발적 착취가 일상화된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대표적인 플랫폼기업인 카카오모빌리티는 경쟁을 부추기고 경쟁의 공정성마저 돈을 받고 팔고 있던 것이다.



대리운전기사들은 대부분 월 25일 이상 일을 하고 근무시간도 하루 10시간 이상의 야간노동을 반복한다. 대리운전기사의 70% 이상이 직업적 질병에 시달리고 있으며 80% 이상이 고객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외면하고 공정성마저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카카오모빌리티에 맞서 우리는 프로서비스 폐지를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도 카카오모빌리티는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모빌리티는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장기간 야간노동으로 인하여 건강이 위협받으면서도 가족들의 생계를 위하여 밤길을 헤매야 하는 대리운전기사의 등골을 빼는 짓을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한 카카오모빌리티는 플랫폼노동자에게 임금과 같은 대리운전요금과 수수료 등은 합의사항이 아니라고 우기고 있다. 취업규칙과 마찬가지인 배차시스템은 경영권일 뿐이라고 교섭테이블에 올리는 것조차 꺼려하고 있다. 심지어 아직도 자신들이 사용자 책임을 져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책임회피에 급급한 실정이다. 이미 투기자본 MBK로의 매각은 막았으나 이미 카카오모빌리티에는 TPG라는 투기자본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이들은 혁신을 내세우지만 거대해지는 플랫폼은 이윤의 도구일 뿐 이용자인 시민의 편의와 일을 하는 노동자의 권익은 안중에도 없다.



거통고 사내하청 동지들의 절박한 투쟁은 원청사용자의 사회적 책임을 드러냈다. 그런대 한국 사회에는 아예 사용자가 감추어진 노동자들이 있는데 250만 특수고용노동자들과 플랫폼노동자들이다. 한국사회에서 노동자에게 책임을 져야 할 사용자가 없다는 것은 노동기본권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전속성 기준’ 때문에 사회안전망에서도 배제된다. 그래서 우리는 89일간의 서울고용노동청 앞 농성투쟁을 통하여 노동부 장관으로부터 산재보험의 전속성 기준 폐지되어야 한다는 답을 받아 내었다.


최근 주요 산재발생 기업명단에 자동차, 중공업 등을 제치고 플랫폼기업이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였다. 이제 막 산재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하였는데 머지않아 최대 산재직군은 특수고용 플랫폼노동자들임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동안 현장에서 수많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다치고 죽어 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려져 있었을 뿐이다.



노동기본권을 제대로 보장받고 있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부당한 일을 당하여도 하소연 할 데도 없다. 국회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법안이 20년째 공전하고 있는 사이 플랫폼노동자들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8일 국회 앞에서 대리운전, 라이더, 택시, 웹툰작가 등의 플랫폼노동자들이 모여 국내 최초로 플랫폼 노동자대회를 하였다. 임신을 한 몸으로 마감에 쫒겨 무리를 하다가 유산을 하여야 하는 웹툰작가, 코로나19 재난 속에 대책도 없이 생계가 벼랑 끝에 내몰렸던 대리운전과 택시노동자, 생계를 위하여 목숨을 걸고 도로를 질주하여야 하는 라이더들이 모여 외쳤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 프랫폼 노동자에게는 노동기본권을, 프랫폼 기업에는 사용자 책임을!” 숨어서 이윤만 챙기려는 플랫폼 기업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 핵심은 사용자 책임이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벌이고 있는 교섭투쟁은 20만 대리운전노동자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지만 플랫폼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확인하고 플랫폼기업에게 사회적 책임, 사용자 책임을 묻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우리는 모든 사용자, 진짜 사용자들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다. 서울고용노동청 투쟁에 이어 이 투쟁에 함께 해주신 밥통 동지들께 감사드립니다.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