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2023.09 | 밥통 109호

2023.06 | 106호밥알단 연대기 | 나의 10년 인연, 밥통, 밥알단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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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10년 인연, 밥통, 밥알단




 4월과 5월의 반을 걷고 노니는 데 썼다. 낯선 어느 산촌에 들어 할 일도 목적도 없이 계곡 자락을 맴돌다 길 없는 곳에서 헤매기도 하고, 이젠 너무 유명해서 안 해 본 사람이 없을 거 같은 큰 섬의 둘레도 거칠 것 없이 걸으면서.


그 시간 동안 나는 매일같이 남이 해주는 밥을 먹었다. 봄철에 나는 갖가지 나물이 전부였던 산촌의 밥과 직접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고 낚시해 차리는 섬의 밥은 그간의 삶과 일상에 지쳐 나가떨어졌던 내게 참 감사한 선물이었다.

그중 산촌의 밥이 좋았는데, 매일매일의 밥은 그곳 공동체에 든 사람들이 종일 채취해 온 것들이 재료가 되었었다. 누가 종일 볕 아래서 꺾은 고사리와 취를, 누가 일부러 작정해서 깊은 산에 들어가 찾은 두릅 순과 엄나무 순을, 누가 길가에 쭈그려 캔 냉이와 쑥을 날마다 주방에 쌓아 놓으면 너나없이 같이 다듬고 갈무리를 했다. 나물을 찾을 재간이 모자랐던 나는 데치고 무치고 해서 내주시는 세상 둘도 없이 건강한 밥상에 연신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맛있습니다’를 외치는 게 일이었다.



내가 산촌의 밥이 더 좋았다고 기억하는 이유는 아마도 밥상 위 모든 것에 ‘함께’라는 고명이 얹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나누는데 차별이 없다고 생각해서 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런 맘으로 연대하는 밥통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일 것이다.


3월 말에 ‘지금 당장 무조건 쉼!’하는 맘으로 절실했던 경제활동을 급작스레 집어던졌는데, 그리고 출근 대신 처음 집 밖을 나와 사람을 만난 일이 밥통연대였다. 

어느 분은 ‘장엄한 배경음악을 깔아 줄 수는 없으나...’ 하며 복귀(?)를 축하한다 했지만, 딱히 나는 떠난 적이 없으니 복귀라는 말은 맞지 않을 것 같다. 

올해는 내가 밥통과 인연 맺은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어제처럼 오늘도 오늘처럼 내일도 그 인연을 이어가는 데는 쉬지 않을 생각이다.




글. 김정아

노동계급운동에 뜻한 바 있으나 ‘과연 투철한가?’ 스스로에게 묻는 날이 더 많은 사람임.

현재는 더 오래 뛰기 위해 행복하게 놀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