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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 | 96호밥통 칼럼 | 너무 길었던 싸움은 아니었을까? /김계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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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었던 싸움은 아니었을까?




2020년 5월 11일 정리해고된 이후 800일 만에 돌아가는 현장, 출근길이 어색할 만큼 그 시간은 길다는 생각을 했다.

거리에서의 길고 긴 시간이 말해주듯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기쁨보다는 왠지 낮설고 미안한 마음이고 이 또한 ‘기쁨 반 슬픔 반’이라고 말하고 싶다.


800일의 투쟁의 시간을 하루도 빠짐없이 숨가쁘게 달려왔고, 그 시간 안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지노위,중노위, 행정소송1심까지 부당해고라는 판결을 받았고, 6월 15일 그리고 7월13일 2차까지 진행해 오면서 행정소송 2심은 종결되었다. 9월 28일 선고일을 남겨둔 채 나는 원직복직을 하고 나머지 두 동지는 법적소송으로 투쟁을 이어가기로 했다.

거리에서 정년을 맞이한 두 동지의 명예회복을 위해 마지막까지 투쟁결의를 하고 케이오 마곡본사를 점거했지만 점거 4일 만에 회사는 짐을 빼 도망갔다. 마곡본사를 점거한 15일 동안 한 차례 사측과 교섭을 했지만 끝내 그 어떤 것도 이루어 낼 수가 없었다. 양심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케이오 대표에게 기대하는 건 아니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던 연대동지들과 케이오 해고자 동지들은 어쩌면 더 큰 상처와 좌절감에 빠져있을 때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투수가 되길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지부의 결정으로 마곡 점거투쟁을 접고, 7월 18일 김계월의 원직복직으로 절반의 승리를 결정내고 서둘러 케이오 투쟁 보고대회를 고용노동청앞 천막농성장 앞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투쟁이 끝이 아닌 또 다른 투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현장으로 돌아가 민주노조를 다시 새롭게 일으키는 것과 거리에서 정년을 맞은 두 동지의 명예회복이 법적으로 정리되는 순간까지 아직 케이오 정리해고의 투쟁은 진행형이다.

 

비정규직 하청노동자가 부당한 해고에 맞서 투쟁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단 하나의 목적이 복직에 대한 간절함이 있었고 그 복직의 꿈을 이루기 위해 800여일 동안 투쟁을 했던 시간은 분명 우리들의 역사가 되었다. 연대와 사랑 속에 함께했던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은 겨울엔 따뜻한 밥 여름엔 시원한 밥 그리고 천막농성장에 옥수수 고구마 감자 과일로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구원투수였다.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꼭 구원투수가 되어야겠다. 밥통처럼....


  



글. 김계월

아시아나케이오 지부장.
부당해고에 맞서 2년 넘는 기간 거리에서 복직 투쟁을 이어오다 7월 18일 원직복직이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