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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 | 밥통 101호

2022.09 | 97호현장 돋보기 | 코로나를 해고노동자 탄압무기로 쓰는 서초구청과 서초경찰서 /류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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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를 해고노동자 탄압무기로 쓰는 서초구청과 서초경찰서



 기아자동차 판매노동자 박미희 님은 대리점의 불법영업을 내부고발 했다가 2013년 5월 30일 부당하게 해고당했다. 일인시위 일주일이면 해결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상경했다가 벌써 10년 째 양재동 현대기아차 앞에서 부당함에 맞서 싸우고 있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 사태로 박미희 님 농성도 큰 타격을 입었다. 무섭게 번지던 21년 7월에 4단계가 발의되고 서울시 고시 2021-362호에 따라 일인시위를 제외한 집회가 금지되었다. ‘얼씨구나’ 좋았을까. 서초구청은 농성장을 아예 치워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시 고시에 그런 내용은 없다. 


 “서울시청 총무과 담당자에게 문의했더니 농성장을 치우라는 뜻은 아니라는 거에요. 그래서 서초구청에 따졌지만 서초구청은 귀를 막고 막무가내였어요.” 박미희 님의 말이다.


 야간철거는 불법임에도 서초구청은 야심한 밤에 농성장을 쓸어 가버렸다. 철거의 이유를 묻자 ‘밤 12시였는데 농성장 안에 사람이 없으니 농성장을 뜯고 물건을 실어왔다’고 했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답변인지. 집회 물건을 돌려 달라고 여러 번 찾아가 요구했지만 부서끼리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말을 바꾸면서 돌려주지 않았다. 


“야간철거는 사법적인 근거가 있을 때만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국민의 세금으로 일하는 공무원이 태연하게 불법을 저질러요. 부당한 대기업에 맞서는 해고노동자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고 대기업의 하수인 노릇에 여념이 없어요.”  


 연대하는 시민들과 손피켓을 만들어 서초구청을 여러 번 찾아가 항의했다. 코로나 4단계가 끝나면 돌려주겠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코로나 4단계였을 때 농성장을 모두 철거한 구는 서초구, 단 한 곳이었다. 강남역의 삼성, 방배동의 현대건설, 양재동의 현대기아차 앞 농성장이 모두 강제철거 되었다. 우리가 항의하자 밑도 끝도 없이 ‘다른 구청 관할지역과 비교하지 마라’고 했다. 집회 당사자는 굉장히 억울한데 서초구청은 이때다 하며 대기업 관련 농성장을 모두 뜯어버린 것이다.


“땅값 비싼 동네라 그런가요? 억울하게 해고당하고 복직 위해 투쟁하는 사람의 농성장이 서초구에서는 설 자리가 없어요!”


 삼성본사 앞도 서초구청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행정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곳이다. 삼성 앞은 인도 폭이 좁다. 과천철대위나 삼성중공업 하청업체 농성장은 천막이 아닌 차량에 꾸려져 2차선에 주차되어 있었다. 지난해 11월 이재용이 출소하던 날, 서초구청이 꽃도 없는 빈 화분을 수없이 가져와 도로에 못 박고 울타리까지 다 쳐버렸다. 왕복 4차선 도로의 양쪽 차로를 원천봉쇄해 2차선 도로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서초구청은 대기업의 지사 쯤 되는 것인가?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민원신고가 쏟아지자 울타리를 50센티미터 정도 뒤로 물렸을 뿐이다. 코로나 4단계가 끝나 지금은 도로 위 화분이 다 치워진 상태지만 오래도록 기억될 ‘조은희 구청장 시절, 서초구청의 대단한 공적’이다.


 코로나가 주춤하고 4단계가 끝났을 때 물품을 돌려달라고 하자, 서초구청은 보관기간이 지났다며 피켓, 현수막, 배너, 트러스와 같이 글이 적힌 시위 물품을 이미 소각·파쇄 했다고 했다. 천막과 같은 집기류 물품만 돌려주겠다며 트럭에 싣고 왔을 때, 인도에 놓은 대형화분 때문에 짐을 내려놓을 수 없다고 했다. 코로나 핑계로 농성장을 쫓아낼 용도로 가져다 둔 대형화분이니 치워줄 것을 요구했지만 환경정화 차원에서 화분을 치울 수 없고 물품을 내리면 시민들 보행에 지장을 준다며 내리지 않고 가버렸다.


 서초구청과 서초경찰서의 불법과 부당함을 법에 호소해보고자 민주노총 법률원을 찾아 갔다.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려면 수임료 330만원을 내야한다고 했다. 성공보수는 8%.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성공보수는 더 올리더라도 수임료를 200만원으로 낮춰주기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실망이 컸습니다. 공익차원에서라도 재벌 대기업과 유착관계로 보이는 공공기관의 부당함을 고발해야하지 않나요? 민주노총이 스스로 나서서 해야 할 일 아닌가요? 해고자가 투쟁하는 곳을 돕지 않고 돈으로 선을 긋고...”


 고민하던 끝에 농성장을 염곡사거리로 옮기기로 했다. 서초구청에 전화해 물품을 염곡사거리로 가져다 달라고 하자. ‘형평에 어긋나므로 물품을 가져다 줄 수는 없다’고 했다. 갑자기 말을 바꾸니 이상했지만 용달차를 불러 물품을 실으러 갔다. 제대로 보관하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해 먼지를 뒤집어 쓴 물품들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물품을 받아와 염곡사거리로 갔을 때는 이미 현대기아차의 용역들의 알박기 집회가 염곡사거리 인도를 다 차지하고 난 뒤였다. 현대기아차의 알박기 집회는 이미 대법원에서 금지한 바 있다. 그러나 용역의 끊임없는 시선과 촬영, 욕설과 언어폭력, 교묘한 괴롭힘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박미희 님이 신고해도 서초경찰서는 반응하지 않는다. 


“지금은 천막도 치고 농성장을 꾸렸지만 여기에 오기까지 용역들의 방해로 얼마나 힘들었는지 말로는 다 못합니다!”


 용역들이 물건을 발로 차버리니 천막을 칠 수도 없고 짐을 풀지 못했다. 한쪽에 비닐로 덮어두었으나 비에 젖어 못 쓰게 된 물품이 반 이상이었다. 겨우 창고로 쓸 천막을 짓고 짐을 넣어두었는데 그마저도 집회 신고가 되지 않은 물품이라는 이유로 다 가져가버렸다. 남아있는 물건마저 지난 물난리 때 젖어서 쓸 수 없게 되었다. 물에 잠긴 발전기는 수리하는데 3주가 걸린다고 했다. 확성기를 들고 수리점에 가봤지만 고칠 수 없다고 했다. 건전지 150개도 물에 젖어 못 쓰게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염곡사거리를 지나간 적이 있는데 집요하게 스피커를 꺼 달라, 차를 빼달라는 요청에 하는 수 없이 차를 빼주었고 사복경찰이 막아서서 피켓을 들 수도 없었다. 그때 알박기 집회 용역들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경찰과 공무원, 대기업이 한 몸이 되어 돌아간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꼴이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국민인권위원회에 호소했다. 하지만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인권위원회 조사기록을 떼 보았다. 실무자인 조사관은 서초구청의 행태가 인권침해라는 의견을 올렸으나 최종 결정을 내리는 위원장과 두 명의 부위원장, 세 사람이 뒤집어 버린 것이다. 인권위가 기각 판정을 내린 것은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하는 부당해고 노동자의 인권보호 요청을 외면한 반인권적 행위이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봅니다. 어떨 때는 막막하고 낙담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멈출 수는 없어요. 우리가 싸운다고 삼성이나 현대기아차가 눈에 띄게 변하지는 않습니다. 싸우는 동안 투쟁당사자의 아픔은 오히려 커집니다. 그럼에도 미련하고 억척스럽게 싸우는 이유는 우리처럼 싸우는 사람조차 없다면 노동자의 아픔은 세상에 알려지지 못한 채 묻혀 버리고 노동자를 일회용 취급하며 함부로 대하는 대기업의 횡포는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픔을 가진 이들의 한이 풀리고 사회가 조금이나마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제가 싸우는 이유입니다.”


 박미희 님의 투쟁은 끝을 모른 채 산 넘고 물 넘는 고난의 여행을 닮았다. 서슬 푸른 자본주의가 공고한 이 땅에서 박미희 님이 찾고자 하는 정의는 손쉽게 닿을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낙담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자본주의가 쌓아 올린 장벽보다 더 단단해 보이는 열정과 투지가 그에게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

박미희 님의 투쟁의 기록이 담긴 《밥통》 과월호 기사 

2019.11 | 64호여기 사람이 있다 | 강남역 철탑 고공농성장을 지키는 박미희님/한광주 (클릭)

2021.03 | 79호현장돋보기 | 현대기아차 재벌과 싸우는 자동차판매노동자 박미희 /허영구 (클릭)

    


류승아

2022년 8월 27일, 전화 연결로 박미희 님과 만나고 류승아가 정리하다.
류승아는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 기획집행위원, 《밥통》 편집위원이다. 아직 오지 않은 아이들에게 물려줄 망가진 지구가 미안해 생태적인 삶을 살고자 텃밭농부가 되었다. 세제 없이 설거지 할 수 있는 마수세미를 떠서 세상에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