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2024.03 | 밥통 115호

21.11 | 87호밥통책방 | 민족이 걸어야 할 새로운 삶(新生)에 대한 철학 /신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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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통책방 ]


민족이 걸어야 할 새로운 삶(新生)에 대한 철학 

 新生哲學/윤노빈/학민사




공맹이나 노자를 말하는 중국철학도 아니고, 플라톤이나 칸트 또는 맑스가 나오는 서양철학도 아닌 한국의 철학책을 읽는 것은 사실상 난생처음이 아닌가 싶다. 한국인의 문화와 한민족의 고통을 근간으로 현실의 세계 속에서 사람들의 머릿속을 휘감은 생각들을 술술 풀어내고 있어서 감동적이었다.


‘윤노빈이라는 사람이 몸으로 보여준 그 실천의 의미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어디에도 자신을 놓을 곳이 없는 경계인이었을까? 아니면, 남한도 북한도 아닌 한반도 전체를 끌어안으려고 했던 것일까? 남한에 남겨놓고 간 한 권의 책은 무엇을 의미할 것인가 추적하는 읽기가 계속되었다.


그는 서양의 철학을 관념론과 유물론을 다 떠난 요소론적 세계관으로 함축해서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철학 전문가들이 중국이나 서양의 철학을 베끼고 번역하는 데 급급할 뿐 정작 한국인의 상황과 고통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한다. 


나는 이 책이 (내가 읽은) 현대 한국인이 한국철학을 시도한 첫 번째 책이라는 생각을 감히 하게 되었다. 철학책이면 어렵기만 할 것 같은데, 문장이 깔끔하고 아름답게 쓰여져 있어서 철학이 언어의 마술같이 느껴졌다. 

 

현대 한국인이 역사적 사건으로서 동학혁명에 대해 아는 것 이상으로, 동학의 사상적인 측면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윤노빈을 통해서도 동학의 정신을 음미해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충분히 서양철학을 접했을 철학자가 온몸으로 쓰고자 했던 한국의 사상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문장 하나, 

‘분할하고 지배하라’

그는 인생을 던져 그 분할을 뛰어넘었던 것이다.



글. 신태섭  

협동조합 밥통 이사.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위해 자동차 공장 현장활동가로 활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