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2024.06 | 밥통 118호

22.12 | 100호밥알단 연대기 | 밥통 속에 연주 /김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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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통 속에 연주


  

 

항상 영향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곤 했었다. 음악을 만드는 내게 영향력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 속에서 좋은 곡을 만들고 좋은 가사를 적어내자 라는 사명감을 갖고 살고 있었다. 그런 마음속에서 어느 순간부터는 사랑에 대한 가사를 적는 일이 적어지고 청년들의 마음이나 또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서 곡을 쓰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극히 주관화되는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것이 유치하고, 가볍다고 느껴졌던 것 같다. 사랑은 단어만으로 따듯함을 주기도, 그립기도, 그리고 어떤 단어보다도 크게 호흡하고 있는 단어인데 말이다. 그러던 중 난 어느새 밥알단이 되어있었다,




밥알단이 되어 하게 된 활동 속에서 나는 뜨거운 밥에서나 보일법한 ‘하얀 김’을 보았다. 손으로 잡을 수도 내 맘대로 가둬둘 수 없는 그 하얀 김이 무엇일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사랑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의 의지와 소신이 담긴 한 운동의 현장에서 우리 밥알단은 무한한 사랑으로 음식을 준비하고 정성으로 그 음식들을 담아냈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도 나만이 원한다고 멋대로 가둬둘 수도 없는 하얀 김 같은 것이지만 어쩌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음으로 준비하는 밥알단과 각자의 자리에서 뜨겁게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 사이를 이어주는 하얀 끈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내가 출동해서 처음으로 맡은 임무는 음식을 조리하는 일이었다. 훈제오리채소볶음을 조리하는 임무였는데, 의욕이 넘쳤다. 더운 불 앞에서 쉴 새 없이 고기를 볶던 중 첫 번째 난관을 마주하게 되었다. 바로 조리를 하면 할수록, 정성을 쏟으면 쏟을수록 채소에서 물이 나와 마치 한강… 혹은 바다…와 같이 볶음의 형태에서는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내 뜨거운 의욕들이 도리어 음식을 망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속상하고,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문득 스쳐지나가는 것이 내가 사랑을 쏟은 만큼 돌아오지 않았던 가슴 아픈 많은 일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아쉬운 마음으로 조리를 마치고 배식을 시작했고, 난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내가 조리한 음식을 너무나 맛있게 드셔주시는 분들, 너무 맛있었다고 말씀해주시는 노동자분들을 보며 봉사의 마음으로 참여했던 활동에서 오히려 내가 더 베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랑인 것 같다. 곡을 쓰며 항상 고민하던 작은 영향력 그리고 선한 영향력 그것을 나는 밥알단 활동 속에서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글을 마치며 청년들과 마음의 불꽃이 일렁거리는 지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사랑과 마음을 담아 뜨겁게, 혹은 따듯하게 녹여낸 열기는 이번 밥알단에서 내가 조리한 오리고기처럼 작은 강을 만들고 나아가 큰 바다를 만들어 사회에 작은 여울 또 거대한 파도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일회적인 활동이 아니라 지속적인 사랑과 마음을 쏟는다면 우리가 바라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음악가인 내게 있어선 내 손을 통해 무엇보다 영향력 있는 ‘연주’를 아름다운 ‘선율’을 이루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 김승주

경기도 시흥에 살면서 좋은 가사를 쓰는 데 시간을 쏟고 있는 25살 싱어송라이터.
2021년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