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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 | 밥통 115호

22.07 | 95호 연대담벼락 | 구하자! 아랫마을, 살리자! 반빈곤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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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자! 아랫마을, 살리자! 반빈곤 운동



안녕하세요. ‘홈리스야학 및 반(反)빈곤 운동공간, 아랫마을’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홈리스행동’의 상임활동가 이동현이라고 합니다. ‘아랫마을’을 소개할 기회를 주신 ‘밥통’께 먼저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아랫마을’이라고 하니 ‘다운타운’, 번화가가 연상되실까요? 현실은 반대와 가까운데요. ‘아랫마을’은 빈곤을 철폐하기 위해, 빈곤 당사자와 활동가들이 모인, 그래서 그 역시 빈곤한 단체들이 모인 활동 공간입니다. 2010년, 조그맣지만 꼭 필요한 운동임을 자부하는 단체들(빈곤사회연대,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금융피해자연대-해오름, 홈리스행동 / 대문에서 가까운 순)이 돈도 아끼고, 품도 아끼자며 ‘아랫마을’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부동산에 지지 않고 살아남았습니다. 사실은 좀 밀리고 있습니다. 건물주가 낡디낡은 현재의 아랫마을 건물을 철거하기로 하면서 급히 다른 공간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랫마을 부엌에서 저녁 밥 짓기


아랫마을 ‘밥’

‘밥통’이 투쟁 현장에 ‘밥’으로 연대하는 것처럼, ‘아랫마을’에도 ‘밥’이 무척 중요합니다. 야학에서 수업하든, 회의하며 운동을 기획하든, 박스를 뜯어 피켓을 만들든 늘 그 끝은 배고픔입니다. 활동의 시작도 그렇습니다. ‘아랫마을’의 일정 공지는 늘 ‘△△시에 밥 먹고 □□시에 출발~’과 같은 식으로 이뤄집니다. 그래서 아랫마을 활동가들은 당번을 정해 매일 점심, 저녁을 짓습니다. 적게는 10인분에서 많게는 수십 인분 되는 대량의 음식 만들기도 어렵지만, 내지 못하는 이들도 허다한 천원의 식대로 가능한 식자재를 조달하기가 고난도입니다. 이런 수련 덕에 밥의 제작 공정이 ‘끓는 물에 쌀을 넣는 것인지, 쌀과 물을 동시에 끓이는 것인지’ 몰랐던 이도, 첫 식사 당번 날에 어머니를 모시고 왔던 이도 지금은 제 몫을 해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지어진 밥은 ‘아랫마을’에 오는 이들을 천천히 식구로 엮습니다. 


아랫마을 홈리스야학 수업 모습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행진에 나가기 앞서~


아랫마을 ‘교실’

‘아랫마을’은 ‘홈리스 야학’의 교실이기도 합니다. ‘아랫마을 홈리스야학’은 거리, 쪽방, 고시원 등지에서 거주하는 홈리스 당사자들이 한글·컴퓨터·글쓰기 수업과 같은 공부, 합창·건강 교실과 같은 문화 활동을 하며, 홈리스 의제를 포함한 반빈곤 운동을 키워가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는 ‘홈리스들의 늦깎이 배움터’라고도 하고, ‘작지만 야무진 학교’라고도 부릅니다. 2005년 3월, 서울역, 영등포공원 등 주요 노숙지역에서 진행된 ‘노숙인 문화권 증진을 위한 월례 문화행동’을 시작으로, 2007년 4월부터 시작된 ‘홈리스들의 문화·교육권 보장을 위한 주말배움터’를 거쳐, 2010년 8월 ‘아랫마을 홈리스야학’을 개교했으니 나름 유서 깊은 학교이기도 합니다. 이름에도 드러나듯, ‘아랫마을 홈리스야학’이 있기 위해서는 먼저 안정적으로 모일 수 있는 공간인 ‘아랫마을’이 있어야 했습니다. 홈리스 당사자가 자활이든 자선이든 누군가의 목적으로 동원되는 게 아니라, 나와 사회를 위해 운동하기 위해서는 거점이 될 공간이 참 절실했습니다.



2010년 6월, 아랫마을에 처음 입주한 날. 홈리스 당사자 두 분이 수업에 쓸 칠판을 사들고 오셨다.

월세 안 내는 ‘지붕이’


우리는 10년 전 용산경찰서 인근, 1년 이상 폐가로 방치됐던(아마 그 덕에 가능했던) 아랫마을을 비우고 새 공간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단체들의 재정 수준으로는 불가능한 높은 월세, 그나마 마땅하다 싶은 공간들은 ‘너희들에게는 임대할 수 없다’는 건물주들의 고사로 공간 마련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가난은 내 직업”이라 정체화했던 시인처럼, 키다리 빌딩들로 채워지는 서울 하늘 아래 ‘아랫마을’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런 진통은 몇 번이고 계속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새 ‘아랫마을’을 꾸리는데 십시일반 연대를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염치없다 하지 않겠습니다. 빈곤이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반빈곤 운동으로 갚겠습니다.



후원계좌 : 국민, 홈리스행동, 794001-04-083200 

https://www.socialfunch.org/20220726


이동현

홈리스행동의 상임활동가. 홈리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연대체 '홈리스주거팀', 거리홈리스 인권감시 및 옹호를 위한 '홈리스인권지킴이' 등을 담당하며, '아랫마을 홈리스야학'의 교사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