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 | 밥통 85호

2021.04 | 80호밥알단 연대기 | 연대의 빨간 앞치마를 입고 /박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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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알단 연대기 ]


연대의 빨간 앞치마를 입고  

박미희(기아차 부당해고 노동자)



밥통을 처음 본 것은 감남역 고공농성장에서였다. 때가 되면 노란 밥차에 밥을 실어와 투쟁하는 사람들과 나누던 모습에 힘을 얻곤 했다. 2019년 말이던가, 강남역 8번 출구에 긴 테이블을 펴놓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월남쌈에 카레 등 음식을 먹으며, 함께 투쟁가도 부르며 춤을 추던 일은 투쟁의 와중에서도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지난 3월 19일에 밥통이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농성장으로 출동한다기에 나도 밥알단으로 참여했다. 나의 투쟁이 힘겹듯이 다른 사람들 역시 저마다 절박한 투쟁을 하고 있다. 특히 요즘 힘찬 투쟁으로 싸우며 여러 곳에 연대하시는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분들을 여러번 만나뵈었던 터라 겸사겸사 가고 싶었다.

    

나에게 밥이란, 누구에게인가 밥을 차려드리는 일이란, 이미 가능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투쟁을 시작하면서 두 아들에게 어미로서 해 주고 싶었으나 하지 못한 일 중 하나가 밥을 챙겨 주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가 자식 목구멍에 밥 넘어가는 소리라고도 하지 않던가. 이런 내가 밥알단으로 참여하여 누군가가 먹을 밥을 챙긴다는 것은 혼자 힘으로는 절대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밥통 밥알단의 일원으로 함께 할 때 이 일은 가능했다. 밥알단에 특별한 멤버십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밥통이 출동하는 투쟁의 현장에서 함께 손을 보태면 하면 밥알단이라 했다.   


밥통의 밥을 받아서 먹을 때와 빨간 앞치마를 두르고 밥알단으로 참여하는 일은 참 달랐다. 그 동안 보지 못했던 밥통 활동가들을 만날 기회도 되면서 밥통의 새로운 면도 보게 되었다.  

몇몇 활동가들은 직장에서 휴가를 내고 왔다고 했다. 시종일관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가 밥과 함께 사랑, 또 힘찬 응원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내겐 신선한 충격을 더했다. 이 각박한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 이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벅찼다, 


준비한 도시락을 들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출입구를 지키는 용역들과 실랑이가 있었다. 일행 중 당일 밥통 취재차 온 기자 두 명이 있었는게 이들의 출입은 막은 것이 문제였다. 우리는 일행 모두가 들어가야 한다며 거세에 항의했고,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때에는 회전문 앞 카펫 위에서 밥을 먹겠노라고 엄포를 놓았다. 실제로 청소노동자 분들도 다 나와서 둘러앉아 도시락을 나누자 담당자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 제지를 했고, 결국은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어 기자들과 함께 들어갈 수 있었다. 


투쟁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투쟁만이 우리가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변화할 수 있는 힘이다. 그 과정에서 함께 싸운다는 것, 연대만이 우리의 싸움을 승리로 이끌 것이다,

연대의 과정에서 함께 밥을 먹는 일, 밥심을 나누는 일에 나도 함께할 수 있어 다행이고 또 감동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식재료를 씼고 다듬는 등 음식 준비부터 더 많은 시간을 밥통과 함께 하고 싶다. 이 역시 나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밥통’이라는 연대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