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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 | 밥통 115호

20.03 | 68호 밥알단 연대기 | 따듯한 밥향기를 웹진에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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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알단 연대기]


따듯한 밥향기를 웹진에 담아

이선미(밥통 웹진 편집부)


  

‘밥통’이라는 곳을 알게 된 것은 주변의 몇몇 분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밥통 출동 사진을 보면서였습니다. 그렇게 존재만 알고 있었던 밥통에 처음으로 현장을 도우러 나갔던 날은 2016년 25일 용산 스크린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 성탄미사 날이었어요. 확실한 기억은 아니지만 친구 중 한 명이 혹시 크리스마스에 약속이 없다면 한번 같이 가보자고 연락이 온 것을 계기로 처음 연대현장에 가본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 첫 참석 날은 지각을 해서 저는 정리하는 시간에 조금밖에 도운 것이 없었어요. 맛있는 밥 향기만 잔뜩 맡고 식사를 한 후 정리만 조금 도와드리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속으로 죄송한 마음을 남긴 채로 그 날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죠. 같이 참여할 수 있게 연락해준 친구에게는 두고두고 고마운 마음을 느끼며 특별하게 보낸 크리스마스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2017년 8월 27일, 참석자들을 기억하고 연락주신 전 밥통매니저님을 통해서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난 성탄절 밥차 봉사로 방문했었던 용산스크린경마도박장의 폐쇠 협약식이 열린다는 것이었지요. 자주 듣기 쉽지 않은 승리 소식이었습니다. 일정이 허락해 그 벅차고 감동적인 자리에 다시 한번 참석해서 밥차에 밥알단으로 연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은 더 일찍 도착하기도 했고 처음 갔을 때보다 기쁨과 환희가 넘치는 자리였어요.


다시 같은 곳을 찾으면서 눈에 들어오고 마음에 와닿은 것이 있습니다. 밥통이 출동하는 곳곳의 현장들은 저에게는 가끔씩 한번 두 번의 연대를 할 수 있는 자리였지만, 그 자리에 계신 분들에게는 계속되는 싸움이었고 빼앗긴 일상을 대체하는 자리였던 것입니다. 다시 참석했던 그 날은 그 자리를 지켜오며 긴 싸움을 끝낸 분들이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날인 것이죠. 그 벅찬 에너지가 저에게도 전해졌습니다. 


그날의 따듯한 경험 때문이었을까요. 2018년 말부터 밥통의 웹진 개편을 하면서 디자인을 맡아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밥통 웹진 작업을 하는 것은 저에게 단순한 일 이상의 의미를 주는 것 같습니다. 일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현장에 밥알단으로 직접 참여하는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어요. 웹진을 발행하면서는 현장의 소식들을 전보다 훨씬 가깝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밥을 짓고 나누는 연대현장 바로 그 자리는 아니지만 웹진을 작업하는 날이면 코에서는 밥차에서 밥짓는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웹진을 받아보시는 분들께도 현장에서 시작하는 밥통의 밥짓는 향기가 잘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되는 출동의 자리에서 함께 밥을 나누는 일에 힘을 보태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올해도 밥통이 짓는 따뜻한 밥, 그 밥 향기로 채워질 많은 자리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