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2024.03 | 밥통 115호

19.08 | 61호여기 사람이 있다 | 투쟁의 꽃은 연대/황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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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사람이 있다 ]


투쟁의 꽃은 연대

황미란(김천관제센터) 


“밥 한끼 해요.”

“밥 한번 같이 먹어요?”

어찌 보면 쉬운 말이지만 아무에게나 하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먹는 밥 한끼가 닫혀있던 마음을 열 수 있고, 정을 만들고, 힘을 내게 하며, 때로는 마음의 허기까지 든든하게 채워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적 같은 밥 한끼를 위해 서울에서 김천까지 밥통이 햇살처럼 환한 얼굴로 우리에게 달려와 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우리는 정규직 전환을 외치며 투쟁을 하고 있는 김천시 통합 관제센터 해고노동자들입니다. 정규직 전환 대상자들이라고 김천시가 우리에게 알려주었고, 정부서 하는 일이니 순차적으로 좋은 일이 있지 않겠냐는 팀장의 말을 하늘같이 믿고 아무런 방비 없이 일만 했습니다. 그러다 2년 차가 되자 잘리는 동료들을 보며 다음 차례는 우리겠구나 싶어 민주노총의 문을 두드려 도움을 요청하고,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을 시작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관제센터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시죠?

도로 곳곳에 설치된 방범용 CCTV 보신 적 있으실 거에요. 많은 분들이 그 카메라를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시더라구요. 관제센터는 그 카메라를 24시간 365일 지켜보는 일을 하는 곳입니다. 관제 중 일어나는 각종 사건사고를 실시간 신고하여 사전예방을 하는 곳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들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하여 밤낮없이 지키고 있는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그런 곳이랍니다.


노동조합을 처음 만들었을 때 생각하면 웃음만 나오지요. 이렇게 힘들게 싸워야지만 얻을 수 있는 권리였다는 걸 알았더라면 과연 그 때 우리는 노동조합을 만들 수있었을까요? ㅎㅎ

한번도 마음을 맞춰 보지 않았던 각각의 색깔이 짙은 동지들과 조합을 만들어 활동하면서 일어나는 불협화음들을  맞추느라 무던히 애쓰고, 상처받고, 포기를 꿈꿨었지만 조금만 조금만 더 해보자 다짐하며 보낸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습니다. 


노동조합의 한 배를 타고 정규직 전환을 향해 나아가는 길은 양쪽의 노를 젓는 힘이 똑같을 때만 앞으로 전진하는데 우리들은 힘의 기울기가 달라 제자리만 맴돌다가 방향을 잃어 힘들 때도 많았습니다. 김천시가 노조원의 가족을 찾아가 모멸감을 주어 조합원들이 떨어져 나갈 때는 ‘내가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하는 자책감에 시달려 죽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연대동지들이 와서 힘내라고 손잡아 주고 함께 싸워 주고 하셔서 넘어지지 않고 여기 까지 왔습니다.


지금 우리 동지들은 밥알단 동지들이 밥통 안에서 똘똘 뭉쳐 맛을 내는 것처럼 단결하여 한목소리로 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밥통을 열었을 때 나는 흰 쌀밥 냄새가 식욕을 불러일으키듯, 우리 노동자들에게 밥통은 고픈 배를 채워 주고 손지후 동지의 재치 있는 입담은 순간의 웃음이 아닌 지친 우리에게 피로회복제가 되었습니다.


전국에서 투쟁하시는 동지 여러분들 힘내시고 우리도 정규직 전환, 해고 복직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저는 투쟁의 꽃은 연대라고 생각합니다. 그 꽃을 화려하게 예쁘게 피우고 계신 밥통과 밥알단 동지들 감사합니다.